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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1학년 2학기 시작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16] 익숙함


방학도 눈 깜빡하는 순간 끝나 있었다. 장학생으로 학교를 입학했었기 때문에 나는 강의에 들어가지 않아도 장학생이 보장되어있는줄 알았다. 두번째 학기는 국가장학금도 신청이 안되는 학점이었기 때문에 100% 내 돈으로 입학을 해야만 했는데... 강의에 3번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F를 받는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학고(학사경고)를 받지 않고 장학금 몇개를 신청 할 수 있었다. 당시 학과장 교수님께 사정을 울먹거리면서 빌었더니 All F는 면했지만 시험성적이 주는 대학 라이프의 어려움이 이렇게 클줄 몰랐다. 나름 생명과학을 열심히 공부했었기 때문에 시험만 잘치자는 생각으로 강의를 많이 가지 않았었는데 시험은 잘쳤어도 전체성적은 엉망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절망으로 다음 학기는 공부 열심히 하리라 다짐했다. 대학교 첫 학기의 3개월은 1년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즐거운 만남들과 즐거운 선택들이 있었다면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의 이별도 있었고, 생각의 성장들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와 차원이 다른 감정소모와 수 많은 정보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첫 학기를 보냈지만 두번째 학기는 나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도 나의 업무들은 바쁘게 움직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확실히 알바를 줄이니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더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것에 나도 좋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도 중요했지만 하루 하루 살아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느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던 나의 불안전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나와 나의 주변 환경을 더 가꾸어 가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20살 하반기도 여전히 어리고 서툴지만 배워야 하는 것을 배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고생을 하고 어려움을 겪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살아가겠노라 다짐을 했지만 큰 일을 하고자 한다면 작은 일부터 천천히 경험해야 하는 표현하기 어려운 세상의 이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일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면 큰 일을 만났을 때 또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반복되었을 것이다. 20살의 두번째 시간은 한 계단을 오른 상태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구체화하려는 두번째 대학의 낭만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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