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18] 따뜻한 약속
신입생의 시간표는 대부분 똑같다. 당시 학과에서 48명이 입학했는데 그 중에 남자 26명, 여자 22명으로 시간표가 같으니 어울리게 되는 사람들과 공강시간을 포함한 모든 시간을 붙어다니기도 했다. 나는 12명의 학과 동기들과 계속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10초 간격으로 웃긴 상황들이 많았었다. 12명이 같이 앉아서 학식을 먹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있기도 하고, 다같이 아무것도 안하기도 했다. 학교 밖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서 학교의 인프라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안에서 보내야만 했는데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보통 중간고사를 치면 학교에 남아있을지, 수능을 다시 준비할 것인지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도 당시 전국 대학 분위기는 학교 이름보다 학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학을 갔었는데 2학기가 되어 와보니 남아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과도 늘 하던대로 다같이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래도 2학기가 되더니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준비하고자 하는 미래를 서로 꿈 꾸고 응원하고 있었다.
2학기부터 선교단체 동아리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과 생활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강의 시간에만 얼굴을 비추는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고마운 친구들이 많았지만 스타트업 업무, 과외, 알바, 선교단체 활동으로 인해 바쁘게 되었고 연락도 받지 못하고 강의를 많이 빠지는 때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동기들이기 때문에 더 배려하고 조심해야 했는데 2학기부터 나는 내 일이 바쁘다고 주변 사람들을 놓치기 시작했다. 2학기는 동기들의 학과 스토리가 많이 기억나지 않는다.
2학기를 마치고 1년간 해외를 조용히 다녀왔는데 복학을 해야 할 때 혼자 남아있을까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1년반만에 학교에 돌아왔을 때 동기들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내가 눈치를 보면서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시간이 얼만큼 지나갔던 친구들에게 나는 친구였고, 나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괜한 걱정을 많이 했었나보다. 나의 가치와 의미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인줄 알았는데 친구들 덕분에 나의 진짜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