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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나" 찾기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20] 유한한 시간


고작 20살이었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의 일이 되었고, 내가 배우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의 영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영향을 준비하는 중에 큰 돈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돈을 많이 모으게 되었다. 그리고 돈을 버는 만큼의 책임을 배웠지만 그 책임들은 생각보다 많이 무겁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20살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나도 "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돈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는 순간이 많아졌고, 일찍 독립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자만이 나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이 조금씩 떠나가게 되는데 떠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서 나를 거짓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너무 뾰족해진 내 모습을 거울로 보게 되면서 겸손해야지 하면서 결국 거친 세상을 이겨내보리라 다시 뾰족해지고 내 자신을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 아닌 악은 악으로 갚아버리는 본래의 "나"를 잃게 되었다.


가끔 내 모습과 행동에 내가 놀라서 성경 읽기와 기도의 시간을 가장 뜨겁게 가졌다. 20살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아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높아진 마음을 낮추고, "나"를 찾기 위해 2학기부터 선교단체 훈련을 받고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훈련이 아니더라도 내 삶이 엉망이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더 낮은 마음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고자 훈련을 받기로 결정했다. 선교단체에서 받는 훈련과 일정들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업무와 방과후 교사 일, 학업을 제외하고 모든 일은 멈추었다. 오히려 선교단체 훈련의 일정이 내가 정작 해야 하는 일을 발목 잡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지만 내 마음을 낮추어야만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학기간 때 러시아 소수민족이 있는 지역을 다녀오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높아진 마음은 잠시 낮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만난 소수민족 사람들의 생활을 보며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나를 반성할 수 있었다.


세상이 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이 험하다고 그 세상 속에 살아남아 보겠다며 스스로를 험하게 만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세상이 악으로 갚는다고해서 나도 똑같이 악으로 갚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나"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인생을 "나"를 찾으며 나의 인생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으로 "나"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돈으로 "나"를 만드는 것은 한 순간이다.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과 환경을 이기고 큰 산을 넘어간 내가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힘든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눈에 보인다. 나는 고작 20살이었지만 인생에서 한번 해봐야 하는 수 많은 실패 중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80년 인생 중에서 100개의 실수가 있다면 남아있는 실패를 99개로 줄었다는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 실패하는 것이 꼭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참된 인생을 만들어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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