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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에 찾아온 사춘기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22] 왜 폭풍을 지나야 만 잔잔해지는 걸까?


누군가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도 괜찮았을 건데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 이것 또한 내가 거쳐야 하는 성장의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청소년 시기부터 주변 어른들의 손가락질과 욕에도 나는 조용히,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10개 중에 9개를 잘했지만, 1개만 잘못했다면 많은 어른들께 욕과 수군거림이 많이 있었다. 끝내 그 울분이 대학생이 되어서 터지고 말았다. 선교단체 훈련과 학업, 여러 일들을 병행하려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나름 사장이었던 나의 부재가 너무 많아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의 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이상한 사건 사고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려움들을 받아들이고 매듭을 지어갔으면 좋았지만 어렵게 다가오는 모든 상황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20살이었던 내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소모였다. 선교단체 훈련을 받으면서도 괜찮은 척을 많이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중적인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


번아웃이었을까? 아니면 호르몬이었을까? 감정이 처음으로 격동하기 시작했다. 이유 모를 답답함과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들어서 자취방, 학교 외에는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번아웃처럼 모든 게 힘들었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분명했기 때문에 늘 하던 대로 할 수 있었다. 아니면 호르몬이었을까? 너무 짜증이 나는 순간이 있었지만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감정소모를 여러 번 치른 이후 갑자기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감정의 폭풍을 거치니 한 껏 더 여유로워졌다. 20대가 되면 눈으로 보이는 충돌의 순간들이 원래 있듯 보이지 않는 내면적 자아가 충돌하는 순간이 있는 듯하다. 모든 환경과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에 내면적으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 순리대로 흐르는 시간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나이대마다의 그 무언가가 있다. 그래도 폭풍이 한번 지나갔다고 조금 더 둥글게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하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닌 모질게 생긴 세상 속에서 내가 보아야 하는 시선이 만들어지는 아주 낭만 치사량 100%인 대학생의 1차 사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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