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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서 눈을 뜬 스타크래프트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23] 공강

1학년 1학기 성적이 좋지 않아서 모든 장학금이 취소가 되어 방학기간은 다른 업무들과 단기선교, 여러 알바들이 많았지만 공부에 더 집중을 했다. 1학년 2학기 다행스럽게도 성적을 올려 장학생과 장학금 탈환에 성공했고, 보통 19학점을 수강신청해서 강의를 듣지만 나는 23학점까지 수강이 가능해서 조기졸업의 꿈을 꿨다. 학부연구생은 개인의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2학년부터는 연구실 근로를 뛰면서 실험 개인공부도 하고 교수님, 대학원 선배들이 적는 논문들을 읽으며 생명공학의 추이를 자주 분석하고는 했다. 근로시간 하루 6시간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을 나갔는데 선배들이 불러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다.


연구실 선배들에게 치이고, 너무 많은 공부량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다. 스타트업 업무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차분해진 줄 알았던 나의 마음도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동기들과 학교 농구필드에서 농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자주 풀기도 했는데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연구실 선배 중에 K선배가 PC방을 가자고 하셔서 PC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스타리그를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직접 플레이하는 것은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이었다. 처음에 전략이 없어서 어려워했지만 조금씩 감을 잡아가며 나만의 전략을 세우며 하루에 2시간, 3시간 플레이 시작이 누적되면 될수록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평소 전략게임을 좋아해서 체스를 자주 두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의 매력을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자유로워지는 내 마음이 너무 즐거웠다.


2학년부터는 선교단체 훈련에도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바를 전부 내려놓고 연구실 근로와 스타트업에만 집중했다. 연구실 근로 같은 경우 배지를 만들거나, 논문 정리, 기계를 작동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빨리 끝내면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연구실에 들어오면 1시간 안에 모든 것을 마치고 K 선배와 함께 PC방으로 달려가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3시간이 지났을까? 연구실 최고참 선배가 우리를 PC방에서 찾아서 배지 냉장고를 왜 꺼놨냐며 혼을 내셨다. 당장 PC방에서 나가 배지 냉장고를 확인했더니 꺼져있어서 배지가 굳지 않았다. 교수님께도 엄청 혼나며 마음이 살짝 어려웠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와서 그랬을까? K선배와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고 배지 80개를 다시 만들었다.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낭만 있는 연구실이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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