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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Jun 05. 2023

되돌아갈 곳이 있다는 설렘

괌 여행을 마치며..

괌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는 언제 도착하려나 기대감에 자꾸 가슴이 설레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여행동안 미친 듯이 내뿜던 아드레날린이 모두 사라진 건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져서 탑승하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발끝 아래부터 지그시 몸을 끌어당기는 느낌에 자연스레 떠진 눈. 창 밖에서는 부산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진한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바다 위로 레고같이 조그마한 배들이 곳곳에 둥둥 떠다녔고, 해안가 근처에는 격자무늬가 반듯하게 뉘어진 양식장이 즐비했다. 점차 공항이 가까워질수록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 그리고 또 다른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기세 높게 뻗어있는 크레인들이 보였다.


빼곡히 심어진 나무가 아니라 빼곡히 올라선 아파트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비로소 한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낯선 부산이지만 낯익은 한국은 풍선에 바람 넣듯이 떠나기 전과 다른 설렘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행 계획을 짜고 스노클링 장비를 사고 수영복을 사면서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준비하는 설렘이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익숙한 것을 마주한다는 설렘이 찾아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익숙한 풍경과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은 결국 되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낯선 곳으로 떠날 때와 익숙한 곳으로 돌아올 때의 서로 다른 설렘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매력이지 않을까.




함께 떠날 가족이 있다는 것은 내 곁에 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그들이 어린아이처럼 생애 첫 순간들을 오롯이 만끽하던 모습들은 내가 알던 부모님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했다.


일상을 벗어나 다른 시야로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사뭇 나의 시선이 넓어짐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그래서 손에 쥐어진 보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 이번 여행.


일 년이면 금방 끝날 듯했던 코로나19는 기나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우리의 일상을 되찾게 해 주었다. 이 잔잔하고도 평범한 일상 덕분에 그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낯선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놀고먹고 자고 쉬기만 했던 여행이 이토록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이 사실은 평범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바들을 써 내려간 이 글들이 당신에게 부러움보다는 그저 그렇구나 라는 감정을 일으켰을 수도 있고 나도 떠나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끼든 당신의 감정에 귀 기울여 말이 아닌 행동하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들을 하나 둘 쌓아 올리며 괌에서의 여행을 마친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By 프랑스 소설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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