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줄 사랑이 없어요

by 랑새

길거리에 숨어있는 고양이에게도 사랑을 느끼는 나는 사랑이 아주 많다. 그런데 단 한 명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세상에 단 한 명,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사람. 나의 친부다.



친부를 떠올리면 좋은 기억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친부는 본인과 닮은 언니를 애정했고, 항상 우스갯소리로 언니가 가장 예쁘다는 소리를 하고는 했다. 부부싸움에 끼어든 다섯 살짜리가 아빠가 잘못했잖아라며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게 문제였을까? 어릴 적 사진첩을 둘러보아도 나와 친부가 찍은 사진이라곤 겨우 한 장 남짓하다.


내 친부는 게임중독자에, 가장의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엄마 손을 붙잡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피시방에 있는 친부를 찾으러 간 기억이 난다. 적다 보니 나는 왜 이리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 고생인지 싶다.

내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면서 친부와 친할머니가 말다툼을 벌일 때 그는 우리가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고아원에 데리고 가던지라는 말을 뱉었다. 그때 내 나이는 6세 정도였다. 어려서 고아원이라는 말을 몰랐던 나는 조금 머리가 자라서야 아픈 마음을 느꼈다. 우리는 부모가 둘이나 살아있는데 왜 고아원에 데려다주라고 했을까? 할머니는 울었다.


나는 아직도 이혼이란 건 사실 마음이 사라진 부부관계 속 불가피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붙잡고 있어 봐야 어린아이들도 건강하지 못할 건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상처를 준 부모 중 친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낄 수 없었다


조부모님 집에 친부가 오랜만에 온 날, 나는 열이 펄펄 나 안방에 누워있었다. 그는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누워있는 날더러 엄살 부리지 말고 나와 앉아있으라고 말한 후 방문을 나섰다. 본인이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는 게 서운하다는 이유였다. 대꾸할 기운도 없어 누워있으니 이번엔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이마에 손을 여러 번 대보시더니 많이 아프지 않냐며 열이 안 떨어져서 어쩌지 우리 병원에 가자 그렇게 말씀하셨다. 사랑이었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할아버지는 내가 많이 아파 우는 줄 아셨지만 나는 감기보다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다.


엄마는 내 생일에 항상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얼굴을 볼 때 꼭 선물을 사주겠다. 사랑한다 이야기하셨다. 나는 태어나서 친부에게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단 한번 들었다.

고모집으로 엄마가 나를 보러 온 날 그날은 소풍 가는 날이었다. 엄마가 오신다는 말도 없었는데 일어나니 따듯한 햇살, 맛있는 김밥냄새, 그리고 포근한 곰인형이 있었다. 엄마는 말하는 곰인형에 사랑한다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주셨었다. 그런 슬프던 날에도 행복한 기억이 있다.



친부는 조부모님 댁에 오면 항상 라면을 끓여달라며 우리 작은딸이 제일 맛있게 끓인다며 넉살을 부렸다.

본인이 다 먹은 라면 그릇조차 스스로 닦지 않으면서 할머니가 힘드시니 설거지를 하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싫어 할머니에게 친부가 올 때쯤에는 라면을 사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사랑이라는 건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무늬와 모양을 띄울 수 없는 것 을 안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그도 나를 사랑했을 거라는, 그걸 자식 된 도리로 몰라주면 안 된다는 심청이스러운 효녀이야기로 마무리 지을 생각은 없다. 그저 사랑은 없지만 그 또한 잘 지내기를 바라는 편안함을 맞이했을 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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