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빈곤함이 드러난다. 구멍난 내복, 추운데 더 걸칠 수 없는 외투, 양말2켤레를 안에 신고 두툼해진 신발로 빙판을 걷는다. 고시원에서 나가는 길에 프린트를 하러 간다. 프린트기가 없었기 때문에 자료를 일일이 프린터하는 곳에 가서 인쇄를 해야 했다. 장갑을 잠깐 박스위에 올려놓고 나서 출력버튼을 누른다. 큰 인쇄머신이 돌아간다. 사무실에서나 쓸 법한 프린트기는 꽤 많은 용량도 거뜬하다. 학원으로 가는 길에 앗차, 장갑이 없다. 후다닥 프린트집에 갔는데, 없다. 엄마가 사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장갑을 잃어버렸다. 털달린 가죽 장갑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맨손으로 터벅터벅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