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실 지금도 정말 좋을 때다.
점심시간에 다행히 등기를 보낸다는 핑계로 혼자 나왔다.
불편한 사람들과 적절히 비위 맞춰주며 밥을 빠른 속도로 마시는 것보다 혼자가 좋다.
남부터미널역 앞 롯데리아에서 여유 있는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테이블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먹거리가 담긴 박스들에 옷더미에 짐들을 보아하니 엠티를 가나보다.
힐끗 보니 대학생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셋에 여자 셋.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거겠지. 출발하기 전부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여자애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남자애들.
등기 보낼 서류봉투를 들고 우걱우걱 양념감자를 집어 먹으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고등학교 때 을왕리에서 교회 또래들이랑 바닷가에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해변에 돗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웃고 떠들던 때, 지나가던 아저씨가 " 좋을 때다"라고 말씀하시며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셨더랬다.
그때 한 아이가 " 좋을 때죠?"라고 대답했었는데.
그 장면 속의 나도, 대답했던 그 아이도 그 좋았던 시절이 이제 지났음을 안다.
젊음 하나만으로도 거만하게 대답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이렇게 뼈를 때린다.
좋을 때 좋았다고 충분히 만끽했다.
이런 시절 금방 지날 거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그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곱씹으며 보냈다.
그런데 지금, 그 좋았던 때는 단지 일기장 속에 글로 갇혀있을 뿐이다.
그저 지나가는 기억 속 한 장면으로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그 시절의 나는 내 안에 남아는 있는 걸까.
왜 우린 그 나날들 속 빛나던 우리 자신을 자꾸만 잊으며 살까.
후회 없이 즐겼다면 잊어도 되는 걸까.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라 잊히는 것을 잡고 싶을 뿐이다.
무서워진다.
그 시절의 나를 정말 잃어버릴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