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력한 마법
나는 이제 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 이름의 마법도 풀렸다.
그 기억의 깊이도 얕아졌다.
나는 이제 너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네가 선물했던 은팔찌도 우리의 추억처럼 붉게 녹슨 것을 확인하였다.
너와의 추억을 회상하거나 공상하는 버릇도 사라졌다.
완전히 그것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오늘 회의시간
먼 두바이에서 온 거래처 간부가 꽤 젊어 보였다. 못해도 나보다 동갑이거나 한두 살 위 정도의 앳된 얼굴.
무슨 내용인지도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의미 없이 오가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국인처럼 보이는 업체 간부가 한국어로 딱히 번역하지 못하고 영어로 어떤 단어를 말하는 그 순간.
문득 그 아이의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의 목소리.
약간은 앵앵거리는듯한 두 겹으로 들리는 그 특이하지만 매력적이었던 너의 목소리.
다시 보니 왜소한 몸집과 유독 입술이 도드라진 옆모습.
너와 겹쳐 보이더라.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였다.
목이 메고,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며 시렸다.
언젠가 그 목소리를 기억해 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누군지 되물었던 나에게
“뭐야 내 목소리도 잊어버렸어?”
라던 너의 그 차분하게도 들뜬 목소리.
낯선 사람에게서 느낀 너의 흔적.
그 강력한 풀리지 않은 마법.
목소리
너의 목소리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추억들과, 들어도 감정 없는 네 이름과, 행복한 지금의 삶 속에서
네 목소리는 현실의 배경을 바꿔버릴 만큼 강력했다.
의미 없이 고이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싶지 않다.
그저 아직 풀리지 않은 마법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그리고 약간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