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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아 Oct 16. 2024

본질에 관하여

회사 랜덤 런치에서 나눈 대화의 기록

혼자서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반드시 여럿의 의견을 들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내 사고의 틀이 이렇게 좁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름 책과 매체들을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사람의 생생한 전달로만 전해지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끼리 각자의 위치에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그리고 우린 대부분 꽤 본질이 아닌 것에 집착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보컬의 숨소리 하나를 지우기 위해 수천만원짜리 기기를 사들이고, 계약서 검토를 하는 나는 상대회사 법무팀과 보이지 않는 법존심을 부리며 기싸움을 하고, 디자이너는 컴퓨터에서 정 가운데로 계산된 지점이 아무리 봐도 가운데가 아닌 것 같아 1픽셀을 수정하고...

그러다가 우린 그게 바로 본질 일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어쩌면 본질이 아닌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게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다만 모르는 사람들은 구별할 수 없는 나만이 만족하는 본질의 바로잡음일 뿐이라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자 하는 일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있단 걸 알았다.

오직 법무에서만 그럴 거라 생각한 건 내 오만이었다.

그리고 우린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물론 이런 대화를 1시간 동안 나눈 것 자체가 이미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너무 집착해 버린 느낌이지만.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산다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돈을 번다고 한다.

돈이 행복은 아니라 한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회사는 관둔다고 한다. 그럼 행복해지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마음의 여유는 돈으로부터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웃을 수 없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시킨다. 희생당한 현재는 본질이 아닌 것인가.

결국 삶의 본질은 현재의 행복이 아닌 “미래의 행복”일까.


우린 너무 많은 매체와 너무 많은 말들 속에 본질적이지 않은 많은 물음을 던지며 출퇴근길에 오른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행복하다는 어느 스님의 말이 공감이 간다.

그럼 오늘부터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고민을 하지 말아 볼까. 생각을 하지 말아 볼까. 이미 이 고민 자체가 이미 본질에서 벗어난 잡생각이다.


어차피 기록하지 않으면 몇 시간 아니 몇 분 만에 날아갈 두통을 매일 갱신하며 하고 있는 우리는 언제쯤 이 두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난 오늘 이 생각을 기록한다. 

무형의 생각이 날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약이 오르니까. 

유형의 골칫덩이 정도로라도 만들어 놓자. 아주 조금은 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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