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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아 Oct 23. 2024

아무 생각 없는 글

8년이 지난 지금 보니 정말 그 시절 고민이 기억이 안 난다

휴대폰 메모장에서 8년 전 퇴근길에 쓴 일기를 발견했다.


2016.02.16

상사의 변덕에 오늘은 일찍 집에 갈 수 있는 수혜를 받음

이 시간에 신대방이라니 대박이네

부평구청에서 내리면 7시 30분일 테고 환승해서 집에 가면 8시 전이겠군.

초기감기기운을 확 잡아 줄 칼칼한 닭갈비 해서 밥 먹고, 대충 씻고 얼른 민법강의 1.4배속 날림으로 들어야지.

뭐가 남을까.

날림 민법이 뭐 남겠냐.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그래 어제 그제 지난달 작년 미칠 듯 고민하고 신경 쓴 일들 기억이나 나냐?

그냥 그렇게 다 흘러갔지

오늘 하루 꽉 찬 계획이었다고 뿌듯하고

어젠 할 일 없이 빈둥댔다고 허무한 게 무슨 대수냐

어차피 다 똑같이 흘러가버린 거지

그런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나이테마냥 얼굴에 줄이나 하나씩 그어졌을 뿐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순간 숨이 막혀 올 테니

그냥 흘려보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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