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지난 지금 보니 정말 그 시절 고민이 기억이 안 난다
휴대폰 메모장에서 8년 전 퇴근길에 쓴 일기를 발견했다.
2016.02.16
상사의 변덕에 오늘은 일찍 집에 갈 수 있는 수혜를 받음
이 시간에 신대방이라니 대박이네
부평구청에서 내리면 7시 30분일 테고 환승해서 집에 가면 8시 전이겠군.
초기감기기운을 확 잡아 줄 칼칼한 닭갈비 해서 밥 먹고, 대충 씻고 얼른 민법강의 1.4배속 날림으로 들어야지.
뭐가 남을까.
날림 민법이 뭐 남겠냐.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그래 어제 그제 지난달 작년 미칠 듯 고민하고 신경 쓴 일들 기억이나 나냐?
그냥 그렇게 다 흘러갔지
오늘 하루 꽉 찬 계획이었다고 뿌듯하고
어젠 할 일 없이 빈둥댔다고 허무한 게 무슨 대수냐
어차피 다 똑같이 흘러가버린 거지
그런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나이테마냥 얼굴에 줄이나 하나씩 그어졌을 뿐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순간 숨이 막혀 올 테니
그냥 흘려보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