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있고 쓸모있는 가구보다는 그저 나무로 살아있고 싶다.
평일 오전 카페 한켠에 자리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까칠 해 보이는 얼굴과 날카로운 목소리로 신입 직원을 신랄히 비난하는 사람과,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의 남자.
이 정권이 어쩌고 지난 정권이 어쩌고 법이 어쩌고 목소리 높이고 계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
이 모든 소리가 시끄럽다는듯 귀를 틀어막고 토익 책을 보고 있는 취준생
왜 우린 삶의 어떤 지점에 이르르면 모두 비슷하거나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하며 살아야만 하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마치 맞춤 가구만큼이나 목적과 쓰임과 결과가 동일한 하나의 가구가 되는 과정이라면, 그래서 그때의 그 걱정과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절단과 사포질과 인내의 과정인 것이라면,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는게 그 결과를 위해 잘 살아내는것이 맞다면
기껏 해봐야 좀 더 세련되고 튼튼한 가구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게 품위있는 엔틱 가구가 되어 낡고 낡아 제 기능을 못하더라도, 꼿꼿이 한때의 그 영광을 보존하고 회상하는것이 삶의 목적인것인가
나는 품위있고 쓸모있는 가구보다는 그저 나무로 살아있고 싶다.
그저 자연의 한 부분으로 숨쉬며 자연의 이치에따라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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