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주복 비슷한 옷을 입고 어떤 기계실 안에 서 있었다.
온통 은빛으로 찬란한 그곳은 알 수 없는 빨강/초록 버튼으로 가득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왜 이런 옷차림인지
나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나와 같은 복장을 한 남자가 거대한 철문을 열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커다란 헬멧은 불투명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지 알아차릴 시간도 없이 재빨리 내 손목을 잡아끌고는 다른 출구로 뛰었다.
“도망쳐”
나지막한 그 말 한마디만 듣고 난 본능적으로 뛰었다.
스타워즈에나 나올법한 우주선 복도를 냅다 달린다.
꿈이라 숨이 찰리 없으니 편하다.
한참을 뛰다 보니 복도 끝에 다른 우주선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우주선을 옮겨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출발해 빠른 속도로 방금 있던 곳에서 멀어진다.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다.
어차피 꿈은 그런 거니까. 이해가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참을 날아 도착한 곳에는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열댓 명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안전한 도착이 별로 큰 이슈는 아닌 듯 각자 할 일에 바쁘다.
나를 구출해 준 그 사람이 헬멧을 벗는 순간
나는 당황했다.
전혀 처음 보는 사람인 것이다.
’ 누구지?‘
꿈임에도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품는 순간 깨어나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모르는 얼굴이 누구인지 생각해 내기보다도,
그런 상황에 나를 구해 줄 사람이 왜 네가 아닌지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여름 새벽.
왜 가슴이 시린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꿈 때문에
왜 말도 안 되게도 당연히 너일 거라 생각했는지.
그 당연한 기대에 한동안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