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8.
어제꿈속에 오랜만에 네가 나왔어. 너무 오랜만이네.
그동안 서로 딸 키우느라 바쁘고 행복했을 거야.
꿈속에서의 우리도 그랬어.
나도 결혼한 상태였고 너도 결혼한 상태였지.
우리 일행은 파도가 높게 일렁이는 어느 바닷가로 단체 여행을 온 것 같았어. 또는 어떤 선배의 결혼식이었는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은 해안가를 거닐기도 하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기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나와 남편도 그냥저냥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주변에서 맴돌 수 조차 없는 우리는 몇 박 몇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내 모습조차 서로 비추지 않았어.
그렇게 몇일이 지났을까.
우리가 머물던 숙소 건물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다들 분주히 움직이던 날이었어.
난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학교 건물 같은 숙소 계단을 무작정 오르다가 내려오던 너와 우연히 마주쳤지.
그리고 서로 잠깐의 눈 맞춤. 찰나였어.
그리고는 곧바로 우린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 반대로 갔어. 난 오르던 계단을 계속 올랐고 넌 그 층의 복도로 빠르게 사라졌지...
그런 우릴 바라보던 선배는(아마 결혼식 당사자였을것 같아) 날 따라 올라와서는 여기까지 왜 올라왔냐고 따졌고, 난 선배의 시선을 피했어.
선배는 뭔가 알았다는 눈빛을 보였지..
그리고 멍하니 돌아내려 오던 계단에서 하필 셔터가 내려와 갇히게 된 거야... 네가 있던 그 층에서, 너와 단 둘이 말이야.
어색하게 난 계단 위에서 넌 복도 창가에서 말없이 그렇게 셔터가 열릴 때까지 기다렸어...
우린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난 수많은 대화들을 마음속으로 나눴지.
그냥 같은 공간에서 이 공기라도 공유할 수 있음에 들떠서... 어쩔 수 없이 갇힌 이 현실이 상상으로라도 너와 하는 대화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해 주는 것 같았거든...
그렇게 셔터가 열릴 때까지 우린 말없이 조용하고 정신없이 그 시간을 공유했어.
그렇게 그날 밤 만찬 같은 식사자리였어.
그 선배는 우리 테이블로 널 불렀지. 이미 약간 취해있던 너는 나에게 조금은 고민하다가 입을 뗐지....
그래 그 말이 기억나질 않네...
꿈이란 이런 거지... 안개처럼 깨자마자 금방 사라져 버리네.. 그래도 내가 한 말은 기억나. 나 할 말이 있다고. 근데 하지 못하겠다고.. 지금 다시 와서 뭘 어쩌자는 게 아니라고. 그저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게 피하지는 말자고..... 그리고 내 옆에 내 남편은 그걸 다 들으면서도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래. 지금 와서 다시 설레고 싶다는 건 아니야.
그저 한 때 우리가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어서일 뿐이야.
서로 각자 행복한 삶 속에서.. 그리고 어쩌면 육아와 일상에 지쳐버리고 나를 잃어가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도 한때 이렇게 애틋했음을
어긋난 인연임에도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했음을
서로 언제까지나 기억하자고 했던 그 약속을 꿈에서 나마 피하지 않고 서로 되새겨 볼 수 있기를
단지 그걸 바랐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