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19.
소장님과 나는 누군가의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
책상 주인은 젊은 앵커였는지, 아나운서였는지 모르겠다.
책상 위는 너저분했지만 새 책들과 깔끔한 문서들로 꽤나 알록달록했다.
한참을 뒤적이며 우리는 단서를 찾았다.
과거로 돌아온 만큼 중요한 정보가 있을 터이니 절대 헛으로 찾지 말라고 한다.
그 무언가를 찾다가 문득 그곳은 과거 내가 살던 90년대 주공아파트의 안방과 작은방 사이 작은 복도로 변했다.
과거의 나의 엄마는 여전한 목소리로 밥 먹으러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계신다.
나와 소장님은 엄마 몰래 열심히 안방 서랍장, 화장대를 뒤진다. 이곳에 분명 무언가 단서가 있을 거라고.
문득 과거 이 시점의 나는 어디에 나가고 없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학교일까. 회사일까. '어찌 되었든 마주치면 안 될 텐데, 엄마가 미래에서 온 나를 눈치채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 뒤진다.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한 채 옛날 내 방 책상 위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2013.3.15
2018.8.15
무의식적으로 끄적인 것은 과거의 한 날자였다.
나와 소장님은 다시 저 시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잠에서 깬 내 눈앞에는 책상 위 종이에 썼던 그 두 날짜가 선명히 각인된다.
무슨 단서를 찾던 중이었는지, 왜 과거로 날아갔어야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다만 무의식이 남긴 그 두 날자에 뭔가 중요한 기억이 있으리라.
아이의 등원준비를 시키다가 조용히 서재로 들어와 일기장을 펼쳐본다.
없다.
그 날자의 기록은 없었다.
기억에 남을만한 날이니 적어진 것일 텐데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허망하다.
문득 일기장의 날자들이 서너 달에 한 번씩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날만 기록하는, 행복하고 특별한 기억만 기록하는 내 습성 때문이다.
어쩌면 그 두 날자 뿐만 아니라 여러 일상의 날들을 다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기록하지 않아도 될만큼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게 스쳐지나간 하루였겠지.
그 놓쳐버린 평범한 하루로 돌아가 그 단서를 찾아야 하나보다.
평범한 날이 어쩌면 가장 빛나는 날들이었다.
현재, 그리고 오늘도.
모두 눈부시게 빛나는 하루들이다.
그 나날들이 모여 내가 되고, 그 나날들 속에 걸어 들어갈 내가 여기 있다.
무슨 단서를 찾던 것이었을까.
단순히 업무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의 그 평범하고 평온했던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그 날들이 나의 현재를 지탱 해 줌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