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선 자의 펜
어느 시대나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있었다.
비록 그것들의 가치가 지금 시대엔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그때는 그게 대단한 것이었고 진리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가치와는 다르기 때문에 부당하고,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런 가치들이 세상을 이끌어왔고, 변화시켰을 테니 지나온 흔적을 그냥 흔적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부당했던 것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생각과 기록 덕분일 것이다.
역사를 만든 건 펜을 드는 사람이었고, 우리는 그 소중한 기록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재의 위기를 과거의 경험으로 대비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과 무기,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념의 대립에 맞대응 했던 것은 같은 수준 또는 더 강한 무기나 이념이었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고 변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글이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편에 쓰였기 때문에, 모든 글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는 그 시간 속에서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각자의 유리한 방법으로 살아남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가치의 기준선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언제나 승리자와 패배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강자와 약자는 늘 존재했다.
누가 어떻게 그 기준을 만든진 모르겠지만, 서로는 서로의 강점을 이용하며 공생했다.
약자도 그렇게 살면 되고, 강자도 그렇게 살면 된다. 익숙함이 지속되면서 생활이 되고, 관습이 되고 전통이 된다. 그러나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한 사람이 보편을 통용하던 시대보다 뛰어난 가치를 역사에 남겼다.
당연히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소수였겠지만, 그것이 기존의 방법보다 상식적이고, 효율적이라면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점차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기록들은 이런 이유들로부터 오늘날 위대한 가치로 인정받는다.
영화 콜레트는 위와 같이 과거의 보편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한 한 사람의 흔적을 보여주는 영화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의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과 뭉친다. 사람이 뜻을 모으고, 연대를 하면 한 국가의 왕도 목을 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은 여성보다 남성의 우월한 사회적 지위였다.
남성이라고 해서 여성보다 모든 것이 뛰어나지 않다.
신체구조상의 차이는 있을 것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유전자가 달라서 생김새도 다를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결정되는 어떤 구조로 인해 동성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 많은 가지각색의 인격이 존재한다. 그래서 남이 아닌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이 중요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대를 바꾼 건 언제나 펜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시대를 앞섰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메리 셸리 등 우리들은 그녀들의 위대한 작품을 알고 있지만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부분에 대한 정보는 모를 수도 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본 욕구가 존재한다.
자신보다 상위에 있다고 여기는, 그래서 그런 존재에게 인정받을 때에는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 것 같아 기쁘다. 어떤 소속이냐에 따라 어떤 사회를 구성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임무에 더 충실하게 된다.
작가였던 콜레트 역시 그랬다.
첫 시작은 자신의 글이었지만, 결국 남편이 원하는 대로 내용을 수정한다.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남편이 원하는 대로 남편을 위한 수정의 과정은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남편의 감각과 경험에 순전히 맡겨야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성공하는 것과 주변의 이야기들로 어느 순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펜을 든 건 자신이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콜레트가 더 이상 여성이 이제는 비주류가 아니라 당당히 주류로써 세상에 이름을 알려야 한다는 것과 거짓과 위선은 언젠가는 진실을 알아보는 눈과 마음에 밝혀진다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글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존재한다.
무슨 색인지, 무슨 향인지, 어떤 향인지 알려면 천천히 음미하고 즐겨야 한다.
어느 시대나 중요했지만 변하는 가치 중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영원히 인류가 멸망할때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건 사람들의 글이다. 당연히 그 글에는 내가 쓴 글도 포함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