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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며

인생은 마흔부터, 돌아온 내 청춘

by 이니슨

늘 이팔청춘일 것 같았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흘러 ‘만으로 30대’를 강조하는 마흔이 됐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불혹(不惑)인데 어째서인지 여전히 완전하지 않은 인간으로 남아있다. 일찍이 가정을 건사하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마흔이 세상에 미혹(迷惑)되지 않는 불혹이었을지 몰라도 현재의 마흔은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감회(憾悔, 한탄하고 뉘우침)’, ‘변모(變貌, 모양이나 모습이 달라지거나 바뀜)’ 정도가 맞지 않을까.


sylvester-ga61978636_1920.jpg 마흔,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며


마흔앓이라는 말이 있다. 마흔 즈음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 ‘제2의 사춘기’라고도 한다고 한다. 사춘기에 걸맞게 꽤 많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상상하던 마흔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나에게 실망했고, 아무것도 제대로 이뤄 놓지 않은 내가 불쌍했고,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매일이 후회의 연속이었다. 신세한탄만 이어졌다.


댄서 아이키를 보며 깨달았다. 남편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무엇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키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다. 끊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한 결과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댄서가 됐다는 것은 활력 없는 내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물론 그와 내게 주어진 환경은 다르지만 꿈을 놓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위해 노력을 이어왔다는 것,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아이키처럼 내게도 꿈꿀 수 있는 설렘이 필요하다고. 더 이상 엄마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그 첫 걸음은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며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후회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아 앞으로의 빛날 날들을 기약하며, 첫 번째 스무살이었던 내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대단한 이야기도, 맛있는 글 솜씨도 아니지만 내가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이십 대나 삼십 대로 돌아간다면 지니고 싶은 단단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시작으로 두 번째 이십 대의 삶을 신나게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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