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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11. 2024

주말엔 내가 밀키트 요리사

주부가 느끼는 장박의 이로움

'이번 주엔 뭐 해 먹을까?'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이번 주말 캠핑 가서 뭘 해 먹을 예정인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계획해 놓은 메뉴를 읊듯이 답을 보냈다.


'토요일 점심엔 고등어를 굽고, 저녁엔 감자탕, 다음 날 아침엔 수제비~'


고등어는 숯불에 구울 예정이니 남편 담당이고, 감자탕과 수제비는 내 담당이다.


거기서 감자탕을 어떻게 끓이려고!!


걱정이라면 No No~!! 감자탕과 수제비는 밀키트나 레토르트 식품(여기서는 이 둘을 모아 그냥 밀키트라고 부르기로 한다) 활용한다. 요즘 밀키트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모른다. 캠핑장에 가면 좋은 것도 바로 이것, 당당히 밀키트를 쓰는 것이다.


Image by LUM3N from Pixabay


종종 밀키트를 이용한다. 나의 가족은 같은 음식이 식탁에 여러 번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어차피 한 번 먹을 거 재료를 일일이 준비하는 것보다 밀키트가 경제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특히 짧은 시간에 고품질의 음식 조리가 가능하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끼니를 챙기기 편하다.


게다가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고추장 줘.'라는 남편에게 밀키트로 조리한 음식을 내놓으면 맛의 평가는 받을지언정 고추장을 대령할 정도까진 아니다.


그러니 나로서는 밀키트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밀키트는 요리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한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여성과 가사를 하는 남성의 이야기였는데 남성이 밀키트로 만든 음식을 내놨더니 여성이 밀키트가 요리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안타깝게도 내 남편 역시 밀키트는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외벌이이기 때문인지, 옛 감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지, 맛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 밀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을 앞에 놓고 '밀키트야?'라며 어이없어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단히 큰 잘못을 한 신입사원이라도 된 듯 주눅이 든다.


그런 밀키트를 캠핑장에서는 당당히 꺼내 놓는다. 물론 매 주말 모든 메뉴를 밀키트로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남편 역시 캠핑 가서는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을 해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덕분이다.


감자탕을 예로 들면 밀키트에 양파나 파, 청양고추 정도만 따로 준비하면 간단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수제비도 밀키트에 추가 재료 몇 개만 더 준비하면 끝! 당연히 설거지도 간단해진다. 삼시 세끼 걱정하는 전업주부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장박 캠핑을 몇 주 하다 보니 이상하게 여유롭고 마음이 편했다. 왜지? 바로 밀키트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었다. 건강을 따진다면 재료 하나하나 따로 준비하고 간 맞춰 조리하는 게 좋겠지만 그건 평일에 충분히 하고 있으니 주말만은 밀키트에 양보해도 되지 않겠나!


돌아오는 주말에도 신나게 밀키트를 꺼내놓을 것이다. 낙곱새를 끓일까, 부대찌개를 끓일까. 볶음종류도 좋겠다. 뭐가 됐든 이 밀키트 요리사가 맛깔나게 차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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