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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Feb 26. 2024

매 주말 캠핑을 가는 이유

셋에서 넷이 되는 시간

"아빠 아빠! 밥 다 먹고 한 판 해요!"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하자며 아빠 팔에 매달려 성화다.


"알았어 알았어. 일단 밥부터 다 먹고!"


아빠의 확답을 받은 아이들은 남은 밥 먹기에 열을 올린다. 밥상을 치우자마자 우리 텐트는 노름판이 펼쳐지는 '하우스'가 된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놓고 나름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환호와 탄성이 오가며 희비가 교차하지만 결국 "재밌었다"로 귀결되는 건전한 노름판이다.


때로는 도블이나 루미큐브 같은 보드게임, 때로는 제로 게임을 하며 한바탕 열을 올리고 나면 아이들은 대개 아빠가 사주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으며 재잘거린다.



아이들은 평일에 아빠를 보는 시간이 거의 없다. 간혹 아빠가 늦게 출근하는 날이 있으면 잠깐 얼굴 보고 인사하는 정도인데 대한민국의 많은 아빠들이 그렇듯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에 원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빠와의 시간이 적어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캠핑장에 가면 두 아이는 아빠와 한 번이라도 더 놀고 싶어서 안달이다. 남편 역시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수락하는 것일 테고.


아이들이 신생아일 때부터 '독박'이라 부르는 형태의 육아를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에겐 아빠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의 균형 있는 성장에 엄마와 아빠가 고르게 영향을 줘야 하기에 늘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장박 캠핑을 하며 그간 부족했던 아빠의 공간이 빠르게 채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넷이 함께 보드게임을 할 때, 아이들과 아빠가 보드게임 하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가족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큰 아이는 FC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데 특히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을 가장 재밌어한다. 우리 가족 중 단 한 사람 아빠와만 공유하는 최고의 기쁨이다. 덕분에 가족이 함께 하는 노름판이 문을 닫으면 텐트 안은 아빠와 아들의 e스포츠 경기장이 된다.


"아~. 아빠! 한 판만 더 해요!"


"딱 한 판 만이야!"


"이번엔 내가 꼭 이길 거야!"


아이는 아빠 옆에 찰싹 붙어 게임을 한다. 그 와중에 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거겠지. 하필 휴대폰 게임인 게 맘에 걸리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여러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부모와 하루 종일 놀고 싶은 아니다. 20~30분 짧지만 굵게 놀이를 하고 나면 즐거운 마음으로 각자의 것들을 한다. 그제야 나도 바깥 풍경에 시선을 던져 놓고 멍하니 있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책을 본다. 그러다 또 모닥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이나 고구마를 굽는다.




"아빠. 우리 이번 주말에는 해리포터 도블 해요~"


작은 아이가 최근에 선물 받은 보드게임을 같이 하자며 아빠와 통화를 하더니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대부분의 시간을 셋으로 보내다 완전한 넷이 될 수 있어서, 장박 하길 잘했다 싶다. 지난 주말에도 똑같은 노름판과 e스포츠 경기장이 문을 열었는데, 눈놀이를 해서 그런가. 유독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아이들이 주말마다 빼놓지 않고 캠핑장에 가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몇 주 후면 우리는 장박지에서 철수해야 한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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