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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04. 2024

언젠가는 <텐트 밖은 유럽>처럼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TV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 편>을 꼭 챙겨본다. 내 로망을 그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한다. 유럽 대자연에 폭 쌓인 곳에서 캠핑을 하고 근처의 풍경을 둘러보는 것, 캠핑 좋아하는 사람 중에 그런 꿈 한 번 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을 보고 그 안에 속한 나를 느끼는 캠핑이 좋다. 아이와 함께 보며 우리도 꼭 저런 곳에 가보자고 의기투합도 다.


출처 tvN


캠핑을 가면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낀다. 자연에 스며드는 기분이다. 그게 바로 캠핑의 참의미인 것 같다.




아마도 큰 아이가 5살 때였을 것이다. 여주 어딘가로 캠핑을 갔는데 밤에 아이가 의자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며 한참을 있는 것이다. 쉴 틈 없이 움직거리는 아이가 가만히 그러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1호야 뭐 해~~?"

"별 보고 있어."

"응? 별?"

"응 엄마. 이것 봐. 하늘에 별이 엄청 많아."


어머나, 너에게 이런 면이 있었니. 그 말을 들은 남편과 나는 힘들고 귀찮아도 캠핑 다니길 잘했다 싶었다.


아파트와 빌딩숲에 사는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감하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바쁜 일상은 자연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고, 학원을 마치고는 집에 돌아와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세상 속으로 빠져든다. 조금만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있는데 그 변하는 모습조차 눈에 담기 힘들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고 싶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캠핑의 이유다.




지금 우리가 장박을 하는 캠핑장에는 놀이시설이 없다. 게임을 하고 미디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야외놀이를 하는데 야외놀이의 방법은 주로 자연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닥의 돌을 주워 공기를 하고, 낮은 언덕을 오르내린다. 어쩌다 눈이 오면 언덕에 자연 미끄럼틀도 만든다. 비가 오면 투둑투둑 빗소리를 듣고,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서 몸을 데운다. 또 하늘을 지나는 철새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노을의 빛깔은 또 어찌나 다채로운지 "엄마~ 노을 지는 것 좀 봐~~"라며 아이들도 감탄한다.



밤에는 별을 본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별천지까지는 아니지만 '저것이  별일까 인공위성일까' 고민할 필요 없이 확신의 별들이 넓게 펼쳐진다. 아이들은 별을 올려다보다 별자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별자리들을 찾는다.


"엄마. 내가 북극성을 찾아볼게."

"나는 내 별자리를 찾을 거야!"


별자리는 모르지만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돈 쓰고 시간 쓰고 몸까지 써서 이렇게 캠핑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싶다.


함께 달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다. 과학시간에 달의 변화를 배운 큰 아이가 초승달, 하현달 등 달의 모양에 대해 설명하면 그게 또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캠핑을 가면 자연에 속한 기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등한시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교과서 속 지식을 하나라도 더 익히느라 고생하는 아이들도 이때만큼은 자연에 스며들어 살아있는 지식을 익힌다. 물론 나와 남편도 쉬이 숨을 돌린다.




아이와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 편>을 보며 "나중에 너네 고등학생쯤 되면 우리도 저렇게 가자. 각자 자기 텐트 하나씩 메고 여기저기 다니는 거야."라고 말하니 아이도 "나도 꼭 가고 싶어. 저 바위산 진짜 멋지다. 저런 데로 가요."라고 좋아한다. 5~6년 뒤엔 더 크고 넓은 자연 속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날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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