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마음
두 아이와 외식을 했다. 벼루고 벼루다 아이 생일을 기념해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조개구이 타령을 했지만 비용 부담에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나로서는 굉장히 큰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조개 열 너덧 알과 치즈가 뿌려진 가리비와 키조개, 그 외 먹거리들이 서빙됐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러해졌다.
뜨거운 불판 위에서 조개들이 하나 둘 입을 열었다. 그 안에선 지글지글 조갯살이 익고 있었다. 치즈가 얹어진 가리비와 키조개는 고소한 향을 풍기며 보글보글 끓었다.
조개가 익자마자 아이들 그릇에 하나씩 얹어줬다.
"엄마가 먼저 먹어야지~"
자신의 그릇에 놓인 조개를 내게 주려는 아이를 향해 손을 저었다.
"원래는 그러는 게 맞는데 오늘은 특별히 너네가 먼저 먹어~"
조갯살을 꺼내 초장에 찍어 한 입에 쏙~!! 아이들의 맛있다는 환호에 나는 반찬으로 나온 샐러드와 맥주를 홀짝였다. 나까지 조개를 먹겠다고 달려들었다가는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게 뻔했다.
"엄마도 먹어~~"
아이들이 내 그릇에 조개를 하나씩 얹었다.
"엄마 맥주 마셨더니 배가 너무 불러. 너네 먹어~~~"
순간 지오디의 노래가 떠올랐다.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 내 마음이 딱 그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틈틈이 자신의 그릇에 놓인 조갯살을 내 그릇에 옮겨준 덕분에 적당히 맛을 볼 수 있었지만 "엄마 이제 배불러"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나를 챙기는 아이들의 손길과 '정말 맛있어'라며 오물오물 조개를 먹는 모습에 정말로 배가 불러졌다.
그러고 보니 자장면이 싫은 마음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마음과 닮았다. 어릴 때 지오디의 노래를 들을 땐 가사가 슬프기만 했는데 이젠 그게 어머니의 즐거움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장면이 싫다던 어머니는 슬펐지만 그만큼 기뻤을 것이다. 오늘,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그 마음을 따라가 본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은 부자가 된 듯하다.
자장면 이미지 = Pixabay로부터 입수된 709K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