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환멸이 공존해. 그 안에서 맹렬히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맞아. 어느 한 축으로 기우는 것도 광기 어린 무엇이 되는 것이겠지."
사람 간에 부는 차가운 바람은.. 씁쓸하다 못해 냉기에 송곳으로 찔리는듯한 느낌이었다. 어찌나 사람들은 좀체 녹아들거나 스며들 수 없는 모종의 아주 딱딱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금이라도 공정하거나 평등하지 않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데, 많은 인간들이 피해의식화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피해의식은 갈수록 널리 퍼져나갔다. 모두가 호구가 되지 않겠다는 일념들.. 벼락 맞지 않겠다는 호소들... 뿐이었다.
피해적 지각이 커질수록 본연의 자율성, 주도성이 삭제되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익과 보상은 중요하고 조금의 손해와 위험 위협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희한하고도 팽팽한 사람 간의 골을 만들어 냈다. 그 깊은 골은 '개인’을 무시한 채 일반적인 ‘인간’만을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자유의 개념만큼이나 평등에 대한 개념 오용으로 장애가 발생했어. 개별적 인간을 무시한 채로 보편적 인간에게 적용한 부작용이자 해악이지."
날이 갈수록 살아있는 것들을 찬양하기보다는 살아있지 않은 것에 대한 찬양이, 인간보다 우위로 찬양은 설상가상이었다. 차차 개별적 인간들은 사그라들고, 인간의 격이란 건 상실되어서 인격완성 내지는 도야는커녕 대량 실격상태로 이어지게 했다. 심각하게는 인간본질이 말살된 대가는 적체된 진부한 악으로 드러나거나 인간 혐오증을 낳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교감력을 잃어버렸다.
이로써 정신폭락은 예정된 경로이자 급물살을 탔다. 이를 등에 업고 소수의 권력들이 인위적 가치만 관철하더니 인위적 가치가 잠식했다. 이로써 머리만이 부질없게 회전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마저 공회전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기진맥진함과 무기력이 동반되는, 브레인 포그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기원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환상에 취해야 혹은 욕망에 속아야 움직이는 아이러니, 슬롯머신 안 주사위에 지나지 않게 살아나가기를 꾀하는 선상에서는 스스로를 안갯속에 가두어야 하는 법이잖아. 삶이란 미스터리를 풀다가 미로에 갇혀 버린 거지. 미로 속에서 헤매다 헤매다가 접속을 차단한 채로 잠시 쉰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