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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i et Moi Oct 27. 2024

응시

 인류는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존재 이유에 관해 응시하기를 멈췄다. 과학기술의 거대한 힘으로 만들어갈 세상에만 골몰해 있는 정도이다. 그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에 대한 응시는 빠지고 단꿈 혹은 위험만 경고할 뿐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일종의 모방세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지요." 


  모방세계란 길들여진 삶, 무색무취의 삶이자 무채색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이러한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서로가 서로를 단죄하려는 삶이자경로 이탈자에게 가하는 폭로와 폭압과 같은 현상은 감수하기가 버겁고 어려울 것이다. 


 "그러게 단죄로 일어나는 소동과 소란은 결국에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위협이기에...예방이 최선일거야. 이미 인간 알고리즘의 해킹, 그리고 인간 욕망이야 해부가 되었으니, 위협을 예방하는 그게 평안이고 안정일 거라고요."


  "정말 사람들은 눈먼 상태로혹은 눈 감고 살기를 원하죠그렇게 자동적 기계적 삶을 지속하다 보면... 마음을 잃게 될 거예요. 하지만 대신 얻는 게 있어요. 정녕 모르겠어요?"


 "인간으로 태어난, 스스로의 본질과 근원을 죽인다는 건 간단하지 않아요. 태초에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무화과 잎으로 가리던 그 속성을 부정한다는 것이죠. 인식이란 게 선물이 아닌 죄악으로 작동하는 원리죠. 죄로 받아들일수록 진정한 자기 정신세계 내면세계를 만들어가지 않는 거죠. 그래서 더 이상 인생은 모험이고 도전이 아니게 됩니다. 인생 한바탕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가급적 문제적 삶을 죽이고 해결해야 하는 것에 급급하게 만들죠.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신에게 독립해가고 있었는데.. 인식발달보다 더 급격한 과학기술의 성장으로 가짜라고 말하기도 뭐 한 인공세상에 머물게 된 인간들은, 존재로서 사람으로 거듭나는 순간들을 갖기보다는 삶의 복잡합과 불안함을 제거한 채로 인위성과 인공성에서 살아간다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될지 빤히 알고도 원치 않는 것일 수도 있고요. "


 "네, 성장과 발달이 없는 밋밋하고 평이한 삶으로의 추락이 어쩌면 안락이고 평화란 걸요."

     

 "흔들리고 창조할 자유를 제거하고 살아야 할 삶, 경험해야 할 신비를 다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과 가치를 뒤집는 사태 아닙니까? 그렇게 인류, 인간, 혹은 한 개인에게조차 맞지 않는 걸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진정한 삶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 버리는 것, 그걸 원한다고요? 결국에는 원하지 않게 원한다고 말한다니요. "


 "바보같은 소리예요. 누가 인간을 구제하고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오롯이 그건 자신의 책임일 뿐인데 이미 수없는 기회를 주었죠. 물에 빠져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인간들에게 지쳤어요. 그러니 이성을 마비시켜, 무지의 바다에 빠뜨리는 만행이 아니라 축복이 수도 있는 거라고요."


"아니야." 


인간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품지 않은 채로... 인간의 정신을 쇠퇴시키고 있다. 대안이 없다면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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