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실존측면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마인드 플레이어에 의한 일종의 말로 일컫기도 어려운 존재성을 띄게 되었지만 마인드 플레이어는 없다. 그저 자타반으로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고 물들어갔을 뿐이다. 어쩌면 개개인이 자유에 도취된 허상에 붙잡혀서이기도 하고, 개개인의 취약성을 드높여, 연결성에 대한 욕구를 제거하고 제한한 기가 막히게 눈부신 결과였다.
"애초에 싹을 제거하는 게 나아요."
“연결되지 않으면 자유의지도 발동하기 어렵죠. 연결은 두려움에 맞서는 힘을 줘요. 애초에 예방하는 게 나아요. 연결과 유대감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애초에 불씨를 잡지 못하면 차차 강력하지고 강렬해질 거예요. 다행히도 차근차근 연결성을 끊어 놓는 방법들이 다 먹혔어요. 그래도 온전히 사그라들었는지는 좀.. 지켜봐야죠.”
"항복, 항복, 항복의 역사이다. 다음을 위한 용기가 아닌, 그저 환영과 환상에 취해 사는 것이 나으니까요."
"독립은 필요 없어요. 그저 해방만이 필요할 뿐이에요. 그 다음은 그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독립 해방 차이가 있나요?"
"풀려나는 건 동일하지만, 해방은 생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대타적으로 성찰할 필요는 없죠. 저는요. 겉으로는 있음, 자체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해요. 충분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있음에 대한 의미나 사유는 골치일 뿐이에요. 뭐 애초에 시작한 적도 없지만, 마음만 움푹 파질 바에야 안 하는 게 낫죠. 부질없는 성공의 환영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고, 안분지족 아닌가요? 자족하는 마음이요? 소확생이죠. 고단한 현실에 휩쓸려가고 싶지 않아요. 이걸로 충분해요. 이미 충분히 고단한 삶을 목격해 왔어요. 전 결정했어요.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는걸요. 그 어떤 모순에도 직면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염세적이지는 않은 걸요. 오히려 감사해요."
현대적인 질병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질병이라 함은, 인간의 개별성, 전인성과 전체성을 깨뜨리는 거예요. 자연성 대신 인공성을 택하는 거고요. 자연성을 내주고 인공성을 얻기를 자처했음을 모르는 것이기도 하죠.
"어차피 인간 모두를 다 끌고 갈 수 없어요. 그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요. 아니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죠."
아마도 인간 역습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