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존재 이유에 관해 응시하기를 멈췄다. 과학기술의 거대한 힘으로 만들어갈 세상에만 골몰해 있는 정도이다. 그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에 대한 응시는 빠진채로 그저 막연한 단꿈내지는, 그 단꿈에 대한 위험만 경고할 뿐이다.
"정말 사람들은 눈먼 상태로, 혹은 눈 감고 살기를 원하죠. 그렇게 자동적 기계적 삶을 지속하다 보면... 마음을 잃게 될 거예요. 하지만 대신 얻는 게 있어요. 정녕 모르겠어요?"
"인간으로 태어난, 스스로의 본질과 근원을 죽인다는 건 간단하지 않아요. 태초에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무화과 잎으로 가리던 그 속성을 부정한다는 것인데..., 인식이란게 선물이 아닌 죄악으로 작동하는 원리죠. 죄로 받아들일수록 진정한 자기 정신세계 내면세계를 만들어가지 않는 거죠."
"편의로 가득찬 세상에서 고차원적 인식이 없다면, 더 이상 인생은 모험이고 도전이 아니게 됩니다. 인생 한바탕 살다간다? 쾌락에 쩔어 살게 되거나,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가급적 문제적 삶을 죽이고 당장 해결에 급급하게 만들죠."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신에게 독립해가고 있었는데.. 인식발달보다 더 급격한 과학기술의 성장을 역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가짜에게 가짜라고 말하기도 뭐 한 인공세상에 머물게 된 인간들은...길들여진 것 조차 모릅니다."
"존재로서 사람으로 거듭나는 순간들을 갖기보다는 삶의 복잡합과 불안함을 제거한 채로 인위성과 인공성에서 살아간다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될지 빤히 알고도 원치 않는 것일 수도 있고요. "
"네, 성장과 발달이 없는 밋밋하고 평이한 삶으로의 추락이 어쩌면 안락이고 평화란 걸 믿는걸요."
"무수히 흔들리고 창조할 자유를 제거한채로 마땅히 살아야 할 삶, 겪고 경험해야 할 신비를 다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무얼 얻게 될까요?"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과 가치를 뒤집는 사태 아닙니까? 그렇게 인류, 인간, 혹은 한 개인에게조차 맞지 않는 걸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진정한 삶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마비 되어 버리는 것, 그걸 원한다고요? 결국에는 원하지 않게 될 걸 원한다고 말한다니요. "
"바보같은 소리예요. 누가 인간을 구제하고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오롯이 그건 자신의 책임일 뿐인데 이미 수없는 기회를 주었죠. 물에 빠져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인간들에게 지쳤어요. 그러니 이성을 마비시켜, 무지의 바다에 빠뜨리는 건 만행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요."
"아니야."
인간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품지 않은 채로... 아니 스스로 포기한 저주에 걸렸나?, 그저 복제 인간을 물리적으로나 현상적으로 만들어내며 인간의 정신을 쇠퇴시키고 있다. 대안이 없다면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