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절이 가져다준 풍경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하얀색과 분홍색이 어울려 하늘을 가리듯이 점찍어 놓은 모습이나 초록색이 무성하게 피어올라 잎사귀에 베일듯한 뙤약볕의 뜨거움, 바닥에 얼룩덜룩 묻은 여러 가지의 색감이 바스락 지는 소리, 모든 것이 태초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듯한 순수함이 지배한 세상. 이것들은 어떤 계절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풍경들이다. 이러한 풍경들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일상 속에서 예기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들도 좋아한다. 노을이 떠나갈 때 들판에 두고 간 황금빛이라던가, 비현실적으로 하늘에 스윽 칠해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색감의 부조화, 하루는 너무도 잔잔해서 모든 것을 포용할 만큼 끝이 보이지 않다가 또 하루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들에게 매일이 새로운 선물을 보내주는 듯하다.
자연이 선물해 준 것은 우리의 감정선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이지만 우리는 보통 황홀함이라던가 설렘, 몽환적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풍경만큼이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도 다채로운 듯하다. 가끔은 풍경이 가져다준 강렬함에 빠지고는 한다. 강렬하다는 것은 눈은 뗄 수 없을 만큼 불가항력적이라 시선이 머무는 것이고 강렬함 이외의 존재에 대해서는 앗아가는 것이다. 그랬기에 시선이 머무는 동안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 마저도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 정신이 한 곳으로 쏠려 사고의 회로가 멈추는 것은 비단 풍경을 바라보았을 때만 나타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 외에 것들을 배제하는 것처럼 사랑은 강렬함과 참으로 닮아있다.
사랑을 할 때에는 온통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사랑이 커져갈 때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소홀해진다. 끝내 우리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 때문에 힘겨워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강렬하지만 그만큼이나 빨리 뒤돌아서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맞이하는지도 모르겠다. 강렬했기에 이별뒤에도 한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별을 앓아야만 했다. 이별에 대한 치료는 무섭게도 사랑이었다. 사랑 때문에 이별을 했고 그랬기에 아팠는데 결국은 사랑이 치료법이다. 아픔에는 내성이 생기지만 사랑에는 내성이 없다. 그래서 아플 것을 알지만 기꺼이 사랑을 하려 하는 것이다. 사랑의 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비록 그것이 이별이 만든 덫일지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은 마음을 이길 수가 없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풍경처럼 스쳐가는 사랑이라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꼭 부여잡고 싶다. 지나간 사랑보다는 지금의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러니 지금 너를 사랑하고 있다.
『어떤 계절이 가져다준 풍경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당신은 사진으로 담아보려 하였지만 끝내 담을 수 없어서 뾰로통한 표정으로 돌아서고서는 나를 쳐다보던 당신, 그 순간 나 또한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아보려 하였습니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한 당신을 내 두 눈에 담아보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