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2. 혼자 사는 직장인 강아지 키우기 4계명
강아지 키우기 4 계명
모든 반려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정말이지 힘들다. 게다가 혼자 사는 직장인이 강아지를 키운다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때가 많다. 갑자기 강아지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동오를 보호소에서 처음 데리고 왔을 때에는 나의 모든 감각들이 동오를 향해 있었다. 지금 동오는 폭풍성장 끝에 8kg 가까이 되는 개린이로 자랐지만, 당시만 해도 3.2kg으로 한 손으로 들어 올릴 만큼 작고 여렸다. 불면 꺼질까 쥐면 사라질까 하루 종일 밖에도 안 나가고 동오만 쳐다보고 있은지 3일 차,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동오를 데려온 것은 동오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지 나를 버리고 동오만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할 일도 제대로 안 하다가는 동오를 제대로 키울 수도 없고 내 삶도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몰려왔다.
흔히들 반려견은 돈과 시간으로 키운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까 '돈’이라도 열심히 벌어야 할거 아닌가.(정말이지 동오를 데리고 온 뒤로 더 열심히 살게 됐다. 가장의 무게란..) 그래야 내가 회사에 가있는 동안 강아지 유치원도 보낼 수 있고, 질 좋은 사료도 먹일 수 있고, 만일 동오가 아프게 되면 적절한 치료도 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동오 언니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딸, 친구, 직장 동료, 연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오를 잘 케어하면서 동시에 나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는 강아지 키우기 4 계명을 작성했고 현재까지도 충실히 지켜오고 있다.
강아지 키우기 4 계명
매일 보호자의 의무를 다한다.
보호자의 의무를 다한 후에는 나의 생활에 충실한다.
동오로 인해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동오로 인해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정당한 방식으로 항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보호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는 3가지다. ‘적절한 훈련’ , '산책’ 그리고 '강아지와 보내는 양질의 시간’이다. 이 3가지 의무를 다한 후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동오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적절한 훈련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 기본적인 예절교육은 필수다. 앉아, 엎드려, 이리 와 같은 기본적인 훈련은 강아지가 흥분했을 경우 보호자에게 집중하게 함으로써 많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동오 같은 진도 믹스견들은 대부분 중형견 이상의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진도견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동오는 3차 접종이 끝난 뒤부터 매일 산책을 하며 사회화 교육을 했다.
게다가, 동오는 식욕이 아주 강해서인지 훈련이 잘되는 편이었다. 생후 4개월 차에 앉아, 엎드려, 손은 마스터했고(내 새끼 자랑 중입니다.) 지금은 하이파이브, 코(동그랗게 손 모양을 하면 강아지가 코를 가져다주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아직 야외에서 흥분상태일 때는(강아지 친구를 만났을 때) 콜링이 완벽하진 않지만 요즘도 산책 때마다 열심히 훈련 중이다. 물론 동오가 완벽한 강아지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강아지 친구도 처음 본 사람도 좋아하는 핵인싸견으로 자랐으니 이 점만큼은 나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산책
강아지에게 최고의 행복은 ‘산책’이라고 한다. 어린 강아지 시기의 ‘산책’은 강아지 사회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아지 사회화 시기는 2~4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많은 산책을 통해서 강아지가 공포를 느낄 만한 것들(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 처음 보는 사람, 처음 보는 강아지)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화 시기를 놓치고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 강아지들은 성견이 된 이후에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많이 짖는 강아지로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오는 매일 최소 2번의 산책을 하는데 총 산책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정도 된다. 내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동오가 산책을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산책을 거른 날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의 일상은 동오 산책으로 시작해서 동오 산책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간단히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산책을 하고 집과 회사가 5분 거리인 덕에 가능한 날에는 점심시간에도 잠깐 집에 들러 간단히 동네 한 바퀴를 돈다. 퇴근 후에 비로소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되는데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정도의 산책을 한다. 탄천을 걸을 때도 있고 집 근처 옥상공원에서 강아지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한다.
동오는 실외 배변견이기 때문에 길던 짧던 하루 최소 2번 이상의 산책은 필수다. 정말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시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비가 와도, 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야근을 한 날에는 새벽에라도 산책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건너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쳐다보는 동오 눈빛을 보면 산책을 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며 저녁 산책을 손꼽아 기다렸을 동오가 마음에 걸려서다.
'그래, 내가 다리가 부러져서 걷지 못하게 되지 않는 이상 산책은 매일 시켜줄게 , 그러니까 다른 게 조금 부족한 보호자라도 이해해줘 동오야.'
반려견과 보내는 양질의 시간
나는 직장인이고 동오를 혼자 기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늘 어떻게든 함께보내는 시간이 양질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동오를 입양하기 전에도 평일 약속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동오와 함께 살게 된 이후에는 평일에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잡더라도 집 근처에서, 또는 야외에서 동오와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주 2-3회 출근을 할 때는 재택근무하는 날에만 약속을 잡았다.
주말에 약속이 있거나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본가에 동오를 맡기거나 펫시터를 고용한다. 비가 많이 오늘 장마철이나 일이 많아 산책을 오래 시켜주지 못하는 때에는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동오를 강아지 유치원에 보내기도 한다. 내가 늘 함께 있어주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상황에는 차선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내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동오와 놀아주거나 동오를 쓰다듬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에 동오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내가 동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가족들과 함께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라는 강아지들과 비교하면 동오는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런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강아지를 반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임과 사랑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싱글 반려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얼마나 자기 반려견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강아지를 키우지만, 모든 가족 구성원이 바쁜 탓에 일주일 2번 산책 나가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보호자도 많이 봤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상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싱글 반려인에 대해 편견만을 가지고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수민
강아지 동오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본업은 기획자, 부캐는 동오 언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instagram : sumsumi_n
동오
진도 믹스 시고르자브종 스트릿 출신 강아지
동네에 모르는 사람과 강아지가 없는 핵인싸견
하루에 두 번 산책해도 지치지 않는 개너자이저
유전자 구성이 다른데 왜 언니랑 성격이 같은지 미지수
@instagram : dogdong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