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1. 두려움을 무릅쓸 용기를 가지는 것
개와 함께 산다
'동오'와 함께 산지 벌써 일년이 지나간다.
28년을 개없이 살다가 1년을 개와 함께 산 것 뿐인데 개가없는 28년의 일상은 까맣게 잊고
개와 함께한 1년의 일상이 마치 원래의 내 일상인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심코 들어간 내 핸드폰 사진첩에 내 사진은 하나도 없이 동오 사진으로 가득차 있는것을 발견할 때 라거나 외출 후 돌아가는 발걸음이 동오 걱정에 유달리 빨라질때라던가. 날씨 좋은 날 동오와 함께하는 산책을 가장 먼저 떠올릴때가 그렇다. 이 작은 생명체가 어떻게 이렇게 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걸까
때때로 아기 시절 동오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그래 그래 이렇게 조그맣던 시절이 있었지 3kg가 채 안되던 동오는 어느새 4배나 커졌고
이제는 두팔로 안아올리기도 버거운 무게가 되었다.
어렸을 적 동오는 안고 쓰다듬고 하는 스킨십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요새는 잠을 자러 들어가는 나를 총총 따라와 내 엉덩이 옆에 자기의 엉덩이를 붙이곤 한다.
어딜 가나 내 근처에서 옆으로 가만히 누워 내가 뭘 하나 쳐다보는 동오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젠 내가 동오에게, 동오가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나보다.
사진첩에 가득찬 동오 사진과 영상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나중에 동오가 떠난 뒤에 사진 하나 영상 하나가 뼈저리게 소중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고작 1살이 넘은 동오를 보며, 영원한 이별을 떠올리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그 이별이 얼마나 슬프고 아플지 알기 때문에 나는 매일매일 미리 마음을 단련시킨다.
사진과 영상에서 느낄 수 없는 생명의 온기, 코를 뚫고 들어오는 꼬순내,
부드러운 털의 감촉을 나는 어떻게 잊고 어디서 찾아야 하는걸까
두려움이 넘실넘실대다가 넘치는 어떤 때는 눈물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들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다면 다시는 키우지 못한다고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슬퍼하기 보다는 오늘 동오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별이 두려워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개에게 배운 사랑의 방식이고 개가 우리 옆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수민
강아지 동오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본업은 기획자, 부캐는 동오 언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instagram : sumsumi_n
동오
진도 믹스 시고르자브종 스트릿 출신 강아지
동네에 모르는 사람과 강아지가 없는 핵인싸견
하루에 두 번 산책해도 지치지 않는 개너자이저
유전자 구성이 다른데 왜 언니랑 성격이 같은지 미지수
@instagram : dogdong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