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늬 Aug 19. 2020

결혼이 왜 거기서 나와?

episode 5. 결혼 적령기의 반려인이 받는 질문들



결혼 적령기의 반려인이 받는 질문에 답하다


나는 올해 28살, 그러니까 흔히들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 적령기의 싱글 여성이다. 그런 내가 강아지를 처음 입양하기로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결혼할 때 어떡할 거야?” 와 같은 카테고리의 질문들이었다.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도대체 거기서 결혼이 왜 나와?) 대답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뭔 놈의 오지랖이야, 니 인생이나 잘 챙겨"라고 말하고 싶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기로 한다.


"동오랑 나는 가족이야, 동오가 싫으면 나도 싫어 당연히 데리고 가야지 그게 무슨 말이야"


기본적으로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동물과 아기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나이의 압박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확신 없이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느낌으로 조건에 맞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의 대답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기에 조건을 달아 의미 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금까지 내가 받아본 질문들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네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떡해?"


"진짜 조건 좋은 결혼 상대가 나타났는데 그 사람이 강아지가 싫다고 하면 어떡해?"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가 개 키우는 걸 싫어하면 어떡해?"


"나중에 아이를 낳았는데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떡해?"


(그만! 그만!!! 그마안!!!!!!!)


이런 이상하고 비논리적인 질문들에 답변하자면

우선, 동오를 키우고 나서부터는 누군가를 만날 때 강아지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한 후 만남을 시작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알레르기야 어쩔 수 없지만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경험상 나와 성격도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니까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을 내가 죽도록 사랑하게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 나는 나 스스로를 상품 삼아 결혼 시장에 전시하고 상품 거래하듯이 나를 팔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있어 결혼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조건이 좋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그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성격, 비전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그의 재력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까 저 질문은 동오와 상관없이 애초부터 나의 가치관과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결혼도 하기 전에 시어머니와 아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강아지를 싫어하던 좋아하던 며느리 될 사람이 가족처럼 키우던 반려견을 버리고 오라고 말하는 인성을 가진 시어머니라면 글쎄 처음부터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내 아이 걱정을 왜 남이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어렸을 적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었다. 알레르기는 결국 면역의 문제라서 성인이 된 지금은 강아지와 함께 살 수 있을 정도로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졌다. 가끔씩 면역력이 약해지고 몸이 피곤할 때 재채기를 하서나 코가 간질간질한 반응이 있지만 체력을 키우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했다. 같이 살면서 무뎌진 부분도 있다.


고양이를 팔 년 넘게 길러온 나의 친구중 하나는 얼마 전 알레르기 검사에서 자신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알레르기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미리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질문은 사절이다!


동오랑 함께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분명히 많다.

다만, 내가 포기한 것들보다 동오가 나에게 주는 것들이 더 크다. 변함없이 그저 자는것만 봐도 행복한 존재와 함께 산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느껴본 적 없는 사람들은 아마 이 감정을 이해 못하겠지.


동오 없는 하루는 상상이 안된다
식빵굽는 동오


수민

강아지 동오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본업은 기획자, 부캐는 동오 언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instagram : sumsumi_n


동오

진도 믹스 시고르자브종 스트릿 출신 강아지

동네에 모르는 사람과 강아지가 없는 핵인싸견

하루에 두 번 산책해도 지치지 않는 개너자이저

유전자 구성이 다른데 왜 언니랑 성격이 같은지 미지수

@instagram : dogdong5


다리짧고 얼굴 큰 동오 사람들이 웰시코기냐고 물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