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고나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고양이 3남매를 키우면서 많은 행복을 얻었다. 비록 올해 3월에 막둥이 '뀨'가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그만큼 나에게 행복을 줬기 때문에 상실감과 죄책감이 더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고양이와 처음 묘연을 맺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해서 팔자에도 없다고 생각했던 페르시안 고양이와의 동고동락이 시작되었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고 수능 준비를 비롯해 학업에 정신이 없었던지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벽이나 소파를 긁는 것과 같은 밉상 짓거리를 해서 부모님이 화를 내셨던 적이 많았다. 쉽게 접촉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가까이 가려고 하면 심하게 하악질을 했다. 고양이는 정이 없는 동물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딱 한번 나한테 스스로 다가왔던 적이 있었는데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우울하게 소파에 앉아있었던 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고양이는 참 요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의 묘연도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가 다시 고양이를 돌려 달라고 얘기를 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고양이는 친구 누나가 남자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거였는데 헤어지면서 나한테 맡긴 거였고 다시 관계가 회복되면서 돌려달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었다. 비로소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니 너무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고 부모님 역시 사고뭉치 고양이가 불청객을 넘어 애물단지처럼 여겨졌기에 반기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이름도 제대로 붙여주지 못했던 고양이는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카메라가 고가였고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는데 새하얀 털에 윤기가 흘렀고 상당히 도도하면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가 같은 게 있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고양이의 안부를 물었는데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원래 집으로 돌아갔던 그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가출을 했고 지나가던 차에 치여서 즉사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던 나는 너무 화가 났었다. 만약 내가 계속 키웠다면 그와 같은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고 그 친구가 그저 나를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막둥이 고양이 뀨는 아버지가 타고난 산책냥이였다. 키우시는 분이 직접 산책을 하러 가기도 하고 혼자서 산책을 나갔다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시골이 아닌 서울 도심에서 키우는데 너무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뀨도 탁월한 친화력을 생각하면 산책냥이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을 것 같다는 추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처음 묘연을 맺은 페르시안 고양이의 허망한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외출은 금기와도 같았다. 고통사고뿐만 아니라 갑자기 개가 달려와서 물어 죽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가끔씩 했다. 고양이 종이 다르고 성격도 180도 다르지만 털 색이 흰색이라는 점 때문에 계속 상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중한 게 아니었다. 뀨가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결국 내가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나는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뀨의 상태가 어떠한지 파악하지 못했다. 어느덧 세 번째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어린 시절이 지나가면서 초심을 잃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결국 나는 달라진 게 없었다. 고양이 집사가 될 자격도 없는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이 이와 같은 비극을 만들어 낸 것 같아서 너무나도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