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넌 지 8년, 가족이 생겼어요
8년 전, 그날은 유독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3교대를 근무하면서 습관이 잡힌 만큼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늦잠을 잤다.
데이근무기도 하지만 새로운 병원으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돼서 늦어도 6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아슬아슬했다.
다행히 지각은 피했지만, 급하게 서두르느라 매일 출근 전 강아지와 나누던 인사를 하지 못하고 출근했다.
그리고, 퇴근을 얼마 안 놔두던 시간..
엄마에게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퇴근하면 연락 달라고.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제발, 을 외치며 전화했지만 결국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을 가득 쏟아내야 했다.
동생 같던 강아지와의 16년, 무지개다리로 떠난 이별이었다.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어서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이별 탓에 나는 제법 크게 몸살로 고생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꽤 큰 상처로 자리 남았었다. 그래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그리고 8년이 지나,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강아지를 다시 키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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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반대한 것은 아빠였다. 마지막까지 함께한 그 기억을 잊기 힘들다고, 키웠는데 또 찾아올 이별을 생각하면 힘들어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동생은 거절도 찬성도 아니었다. 어차피 현재 따로 살고 있으니 선택은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반대했다.
강아지를 안 키우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사실 강아지와 같이 키워지는 입장이어서 좀 덜 했을 뿐, 이제는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가 엄마에게 진 싸움이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 루틴 중 하나가 "동물농장"시청일 만큼 동물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사랑스러움을 알고 있기에 겉으로만 단단해 보였을 반대로 가득했던 얼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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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제일 먼저 달려 나가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애교 부리면서 엉덩이를 흔들고 쓰다듬어 달라고 했다.
무장해제된 아빠와 동생은 우리 쿵이, 쿵쿵이 하면서 다니고 엄마와 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쿵이에게 스며들었다.
결국 엄마가 쏘아 올린 강아지가, 우리에게 새로운 사랑을 데려왔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쿵이에게서 먼저 무지개다리로 건너간 강아지의 모습이 보인다. 닮지 않았는데 닮아있는 그 모습에 더 사르르 녹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