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감정의 조각
아침 일찍 강의를 듣기 위해 강남을 다녀왔다.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그 많은 감정들 중 두 가지의 감정이 제일 큰 편이다. 내가 이렇게 몰랐었구나라는 무지함에서 오는 씁쓸함과 이제라도 배워서 다행이지하는 안도감. 오늘은 느꼈던 감정들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코치님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할 수도 있지만.. 사실 누군가의 앞에서 질문을 하는 것도,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나는 내가 대답하는 것이 답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서 잘못된 걸 이야기할까 봐, 또 하나는 나 혼자 이해 못 하는 걸까 봐.
사실, 개인차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이 더 자세히 알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 정답인 ‘ 답만 얘기하고 싶었다. 틀린 답을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속에서만 맴도는 답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그게 정말 답이 맞았을 때는 ‘아 그냥 말할 걸, 이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뒤따라왔다. 심지어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이 다 대답을 하면 ‘뭐라도 말해야 하나?’하고 긴장감이 몰려왔다.
굳이 이렇게까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아도 되는데 왜 혼자 주눅 들고, 아무것도 아닌 거에 혼자 속앓이를 할까. 이 부분이 늘 고민이었는데, 언젠가 엄마가 해줬던 이야기 덕분에 이유를 알게 됐다.
초등학교 때 발표를 한다고 자신 있게 손들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오답이었고, 그 오답에 아이들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도 되는 것이었는데 그 여파가 무의식 속에 남아있었던 거다. 그 이유를 알게 된 이후로는 어릴 때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참 예민했었구나 싶어서 그 어렸던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아직도 놓지 못하고 무의식에 계속 가져가고 있을 만큼 그렇게 큰 일이었나 싶어서 답답한 마음도 따라왔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떠오르는 미세한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진짜로 아무렇지 않게 흩어져버리는 기억들이라서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서 잊어버린 거였을까.. 그리고 내가 그 무의식 속에 숨겨둔 감정들은 얼마나 있을까..
그 감정들을 꺼내는 게 앞으로의 숙제겠지?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노을이 예뻐서 오전에 있던 감정의 조각들이 사르르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