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대표에게 월급 받을 결심
신보 대출로 연봉을 준비했단다
금연보다 어려운 작심
50세 이후 스타트업으로 이직은 편견을 딛고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 굳이 입 벌려 말하지 않아도 그 당시 내 결정이 무모하다고 간접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열에 여덟은 되었다. 그리고 6개월 이상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내게 이제 그만하면 되었으니 하던 물로 돌아오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주기도 하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여기서 그만둘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장년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건 불가능해요. 역량뿐 아니라 태도나 열정 모든 면에서요.”
단호하게 일갈하는 메시지가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냈었고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인공인 영화 <인턴>은 영화일 뿐, 중장년들에게 청년 대표와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는 없단다. 스타트업에서 중장년은 정말 가능성이 없는 걸까? 불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를 찾아내서 보여주고 싶었다.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어려운 길을 조금이라도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잘해 낼 수 있는 중장년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오늘을 살아가는 중장년은 그 숫자가 너무 많고 또 오래오래 살아야 하니까.
‘중장년 인재 사용설명서’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스스로 증거가 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인간을 널리 복되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처럼 중장년들이 청년대표에게 월급 받을 결심을 하는 것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임을 알리고 그렇게 결심하는 중장년들이 쑥쑥 늘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릇이 큰 대표와 일 하고 싶었다
"신용보증기금 대출로 1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자금을 준비했어요. 당장은 많이 드릴 수 없지만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이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경영자는 직원뿐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책임지는 매우 무거운 자리라 감히 욕심내지 않는다. 이런 새가슴을 지닌 내가 월급이나 줄 수 있을지 모르는 직원 4명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2년 정도 협업을 하면서 지켜봐 온 대표인데 총명하고, 민첩하고, 집요하고, 무엇보다 꿈의 크기가 원대함에 매력을 느꼈다. 회사는 결국 대표의 그릇만큼 성장하니까..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상상이상의 격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렇게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그저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중장년은 청년들과 함께 멋진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를 발휘하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포츠에서 말하는 팀 케미스트리란 팀원들끼리 잘 어울리고, 선수마다 장단점이 서로 잘 보완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팀워크(Teamwork)가 자기 자신을 버리고 팀에 동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팀 케미스트리는 모두 자기 자신의 특성을 잘 살려서 잘 되는 것을 말한다. 청년과 중장년이 자기 자신의 특성을 잘 살려서 더 크게 잘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사실 쉽지는 않다. 나도 종종 불편하고 힘든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대차이를 더 위대하게 극복할 수 있고 더 멋진 성취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중장년과 청년이 업무적으로 더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인구 구조상 생산 가능한 인구의 감소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 고 이어령 교수의 강한 한 문장이 또렸한데.. 그래도 반평생이 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십 대 중장년은 어떻게 남은 반평생을 살아가야 할까? 혹자는 오십부터는 자기 자신부터 챙겨도 욕먹지 않는 나이라고 한다. 요즘은 ‘내가 맡은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의 조용한 사직, 대퇴사 시대라지만.. 삶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도 충분한 나이가 오십이라고 생각한다.
한 바퀴 다시 살아야 한다면
돌이켜보니 나는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 사장이냐는 오해를 받으며 "매출은 최대로 경비는 최소로"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48세 전까지 24년 직장생활 중 3번의 이직 모두 스카우트를 통해서였다. 그럼에도 48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경험했고, 운 좋게 제법 안정적인 중소기업으로 재취업에 성공해서 다시 인생 2막을 살아가던 중에 인생의 전환을 또 고민하게 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살다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알지 못하는 일을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오십은 제대로 시작하기 좋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