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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Oct 17. 2023

흡연과 작별을 위한 작심

29년이나 되었다니.. 중증이래도 할 말이 없다

담배와 함께한 29년

돌이켜보니 담배를 피운 지 29년이 되었다. 여성흡연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뒤로 한채 오랜 시간 담배를 피웠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과에는 여자가 40명 정원에 12명이었다. 이미 흡연을 하는 친구가 4명이었고 졸업할 때까지도 흡연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대학 때 자취하던 룸메이트가 흡연을 했지만 한 번도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 없이 정갈하게 함께 사는 나를 배려했었다. 가끔 "담배를 왜 피워? 나도 한번 피워볼까?"라고 말하면.. "세상에서 제일 나쁜 X이 담배 가르쳐주는 X이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학 다니면서도 배우지 않았던 담배를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담배는 기호식품?

담배를 피울 때는 커피나 다름없는 기호식품이라고 합리화했었다. 커피와 다름없지 않다. 우선 냄새가 아주 다르다. 커피는 향기롭지만 담배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이 함께 탑승할 경우 자극적인 담배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가 저런 냄새를 풍기며 29년을 살았단말인가?" 결코 다시는 담배를 손에 잡지 않을 만한 뚜렷한 자극이 된다. 


금연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은 이렇게 끊을 수 있는걸 왜 29년이나 입에 물고 살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습관과 중독에 불과했던 담배와의 동거 29년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가 시도한 작심에 대한 성공 경험은 또 다른 작심의 원동력이 되었다. 금연에 대한 작심은 현재시간을 기준으로 292일  4시간 10분을 지나고 있다. 담배를 끊기로 한 그 순간 금연 보조 어플인 QUITNOW에 정보를 기록했다. 작심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 가장 선행할 일은 다양한 경로로 공표하여 공식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일 전에 공단에서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한다고 우편물과 문자가 왔다. 12월은 잔여 연차 소진을 해야 돼서 이런저런 볼일을 처리하고 20일로 예약을 하고 건강검진을 위해 치과에 갔다. 이즈음 다이어트 작심백일의 성공에 취해 있던 시기였다.


건강검진 문진표에 체크할 때는 대충 20년이라 적었지만 애써 헤아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많이 피울 때는 하루 한갑도 피웠고, 금연을 시작하기 직전에는 하루 6~7개 피정도로 한 갑을 사면 사흘정도 들고 다녔다.


치과 정기검진의 위대함

"이 상태로 방치하면 이가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의사 선생님의 덤덤한 말투가 오히려 강한 자극이 돼서 뇌리에 박혔다. 일단 스케일링을 하고 주 1회씩 5회에 걸쳐서 잇몸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잇몸의 상태가 매우 심각해서 5회로 나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 진료를 예약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치아가 다 빠져서 합죽이가 된 내 얼굴을 상상해 봤다. 아.. 못 봐주겠다. 치과에서 준 치간 칫솔질뿐 아니라 잇몸 염증에 좋은 탄툼액 가글까지 매일 정성스러운 칫솔질을 했다.


경증 아니고 중증이란다

구강검진 결과통보서에는 다음사항에 대해 바로 조치가 필요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치아우식(충치)이 있는 치아가 있습니다. 잇몸 치료가 필요한 치아가 있습니다. 치주조직검사 체크란에 치은염증, 치석 두 개 항목 모두 중증에 체크가 돼 있었다. 없음, 경증, 중증 이렇게 3단계로 표시하는 칸이 있는데 중증에 또렷하게 체크 표시는 상당한 자극이 되었다.


첫 진료 이후 9일 후인 작년 12월 29일(목)에 첫 번째 잇몸치료를 받으러 갔다. 잇몸 치료 시 마취를 해야 할 수 있다고 안내를 했다. 진료실에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고 누우니 딸각딸각 살펴보신다.


"어라? 마취 안 하고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요."

쉬이 이이잉~~~ 습습 쉬이 이잉~~ 쒹 쒹  "어떠세요?"

"네, 괜찮아요!"

"잇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네요. 5번 나눠할 필요도 없겠어요. 오늘 위쪽 다 했으니까, 다음 주에 아래쪽 하도록 해요."


간단하고 상큼하게 치과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역시 치과는 예방이 최선이야. 5번에 나눠서 염증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했던 내 잇몸 상태가 9일 만에 꼼꼼한 양치질만으로 호전되었다고 하니 갑자기 용기가 불끈 솟았다.


금연하면 10억 줄게

"10억은 줘야지 해볼 만하지, 안 그래? 10억 주면 할게!" 나는 내면의 나와 딜을 했다.

"1~2억으로는 동기부여가 안되니까 한 10억쯤 주라.. 그럼 당장 오늘부터 난 금연할 거야." 

"그래 10억 줄게" 내면의 내가 너무 쉽게 답을 한다. 남은 인생을 노담으로 살아간다면 10억 이상의 가치가 있어서일까?

 

내 친김에 담배를 끊어볼까?

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뱃갑에 마침 딱 한대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2022년 12월 29일(목) 오후 6시 40분 나는 주머니에 든 마지막 담배를 한대 피웠다. 29년의 습관을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지난해 여름부터 4개월 이상 노력해서 6.5kg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오로지 식단조절과 주 2회 달리기 30분으로 얻은 결과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요요를 경험하긴 했으나 당시 다이어트 성공경험은 금연의 도전 의지에 불을 지폈다. 금연을 하면 보통 3~4kg씩 체중이 늘어나기도 한다는 데.. 이제 운동 횟수를 주 3회 이상으로 늘려야지 다짐을 하면서 금연을 시작했고 지금도 잘 지켜가고 있다.

다행인 건 다이어트의 요요처럼 금연을 위협하는 금단현상을 경험한 일은 없다. 행여 금연의 작심이 무너진다고 해도 나는 다시금 작심할 준비가 돼 있으니 염려치 않아도 된다. 나는 '작심백일의 요정'과 같이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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