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카레를 만들려고 당근을 깎다가 채칼로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살점이제법 파여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토요일이라 집 근처 약국이 문을 열지 않아서 근처 문 연 약국을 검색해 보니 딸이 다니는 중학교 옆에 있는 약국까지 걸어가야 했다. 손가락을 거즈로 감고 꽉 누른 채 서둘러 약국으로 갔다.15분을 걸어갔는데도 지혈이 되지 않았다.
약사선생님이 채칼에 다친 손을 보더니 옆에 응급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 파상풍 주사를 맞고 지혈을 해야지 그냥 약국에서 처치할 수준이 아니란다. 발길을 돌려 옆건물 2층에 새로 생긴 365 의원으로 올라갔다.이름처럼 365일 문을 열고 응급진료실뿐 아니라 복도 양쪽으로 도수치료실과 비만클리닉이 눈에들어왔다.대기하는 동안 병원 벽에 붙어있는 대형 TV에서 비만클리닉 광고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요요를 경험한 터라 나도 모르게 광고에 집중하고 있었다. 손가락 치료를 받고 병원 복도를 나서는데 줄자를 손에 든 날씬한 여성모델이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난생처음 비만클리닉
핑크주사(지방분해), 중저주파(근육탄력), 르쉐이프(지방분해), RET고주파(내장 지방분해) 이 4가지 시술을오픈기념으로 4만 원에 1회 체험이벤트 제공이란입간판이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 비만도 질병이야.. 특히 요요는 용서할 수가 없잖아.. 나의 132일 노력 무너뜨린 요요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손가락을 살짝 다쳐도 병원의 도움을 받는데.. 내 허리둘레는 당시38인치를 육박하고있었다. 모든 살이 복부에 집중된 배둘레 햄을 이제 진정 해결해 볼 결심을 하고 난생처음 비만클리닉 문턱을 넘었다. 솔직히처음엔 체험 이벤트만 해봐야지 싶었지만, 체험 이벤트를 경험하고 난 후어느새 카드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비만클리닉 우등생
토요일 오전마다 병원으로 운동하러 다니고 있다. 약 1시간 반 내외로 소요되는 3종의 기계 관리는 한 주간의 피로와 복부에 쌓인 지방을 격렬하게 태워버리는 느낌이었다. 이왕에 발을 들였으니 비만클리닉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 진단대로 심각한 복부비만을 탈출하고 근골격량 부족을 회복해야 했다. 한 달 열흘 정도 기간에 허리둘레가 8cm 줄었고, 이후 한 달 보름 후 4cm를 줄여 허리둘레만 12cm를 줄였다. 간호사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은 우등생이다.
요즘은 근 골격량을 늘리기 위해 매 끼니마다 단백질을 섭취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섭취된 단백질이 근육을 만드는데 쓰일 수 있도록 운동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요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