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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Oct 15. 2023

낯설고 뭉텅하고 헝클어진 여자의 작심

작심삼일과 작심백일의 차이

서럽게 울었다

아버지의 부음을 알리는 전화기를 붙들고 서럽게 울었다. 허망하게 세상과 작별한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도 지킬 수 없는 내 처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제일 친한 딸이 장례식에도 못 가다니.. 울다 지쳐 한동안 덩그러니 앉아 있다가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낯설고 뭉텅하고 헝클어진 여자가 거기 있었다.


임신 마지막 달보다도 2kg가 더 나가는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면서 휴일 밤낮없이 일에 빠져있던 내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일을 꽁무니에 달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단 말인가?


선물 같은 시간

아버지가 선물해 준 '멈춤의 시간'을 통해 우선 내 몸을 바꾸기로 했다. 아무리 그럴듯한 일을 해도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회사도 바꾸면 그만이다. 삶의 모든 것을 180도 바꿔보리라 굳은 결심을 했다. 나를 바꾸기 위한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매우 깊이 있는 결심이 필요했고 일단 성공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결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했다.


먼저 모바일 스케줄 어플에 매일매일 몸무게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jorte라는 달력모양 스케줄 어플인데 날짜마다 움직이는 아이콘이나 상징적인 마크를 넣을 수 있다. 30분 달리기를 한 날엔 귀엽게 달리는 캐릭터 애니티콘을 넣을 수도 있다.


100일만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뇌 과학에 근거한 주장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뇌에 습관회로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100일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종종 100일간 칭찬스티커를 붙여가며 각고의 노력을 다해 쌓아 올린 결과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결국 100일마다 새롭게 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작심일 vs 작심백일

작심삼일(作心三日)은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라는 우리말 속담과 같은 한자 성어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하고, 바위처럼 굳은 결심도 끝까지 지켜내기 어렵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성어 '작심삼일'은 글자 그대로 마음을 먹은 지 삼일이 지나지 않아 이미 결심이 약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곤 한다.


백일(日)은 실제 태어난 날의 수라는 의미를 넘어서 많은 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백일 전에 사망하는 영아가 많았다. 조선총독부 자료에 의하면 1925~1930년까지 1세 미만 영아사망률이 무려 73%에 달하였다. 따라서 산후 백일이 되는 날이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는 뜻에서 특별히 그날을 축하하는 의례를 행한다. 백일잔치라고 하여 아기에게 새 옷을 입히고 백일상을 차려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백일 [百日] (한국일생의례사전)


숫자의 유래만 보더라도 3일은 무너지기 쉬운 숫자이고, 100일은 이제 안심하고 믿어도 될만한 숫자인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깊이 있는 결심을 하게 되면 최소한 100일 정도는 의지를 갖고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작심삼일을 탈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심백일 어플, 50만 명 이상 다운로드한 마이루틴-루틴 투두 플래너,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등 습관관리 어플도 모자라 심지어 3일마다 결심하는 작심 300일 탁상형 플래너도 판매되고 있다. 습관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성공을 돕는 많은 도구들이 있다. 의지에 맡기지 말고 시스템을 믿어 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뭐든 바꿔야 했다

나는 작년 7월 16일부터 오늘(23.10.15)까지 456일 동안 100일마다 작심하고 또 작심한 여정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모한 '작심'은 마흔 살에 엄마가 되기로 한 '용기'였고, 그 '용기'가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했다. 또 쉰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인생을 180도 바꾸는 '작심'을 하게 된 것이다. 살을 빼고 담배를 끊는 것보다 어려운 결정은 이직이었다. 5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환경으로 그것도 직원이 4명인 스타트업으로 이직에 대한 작심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이왕에 작심하고 용기를 냈으니 꼭 생존하여 54세에도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이 돼 보려고 한다. 변화를 시도할 때는 과감하게 모두 바꾸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인다는 마음으로 작년 여름부터 100일마다 계속 작심하면서 180도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100일 이상 실천한 중요한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는 실패해서 다시 100일 동안 노력해서 성공했고, 나머지는 작심 200일을 넘긴 상태다. 그리고 또 새롭게 시작한 작심 100일이 여러 개 있다.


100일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6.5kg 감량이라는 성과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무너져 내리기도 했지만, 다시 또 100일 이상 노력해서 8.6kg 감량에 성공했다. 이런 성공의 경험은 새로운 작심에 불 쏘시개가 돼 주었다.


작심백일의 아이콘으로 사는 일상은 제법 즐겁다. 오늘아침엔 새롭게 추가한 단백질식단삶은 달걀 2개, 치즈 1장 무화과 1개, 모둠채소 한 줌이다. 모닝 루틴도 촘촘하게 늘어났다. 눈 뜨면 물 한잔하고 스퀴드 50개 후 출근하거나 일찍 눈을 뜨면 러닝 30분 추가하는 정도였다. 지금은 아침 눈을 뜨면 침대 위에서 10분 명상과 스트레칭을 한 후 건강코치에게 배운 제대로 된 스쿼드 30개를 하고 1kg짜리 덤벨을 들고 상체 운동까지 해야 운동을 끝낸다.


오늘 같은 일요일엔 촘촘한 모닝루틴을 실천한 후에 침대시트와 이불을 세탁기에 돌리면서.. 건강코치님이 내준 숙제로 단백질 레시피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작심을 실천하는 일은 이제 누워서 떡먹기처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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