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1, 64.8, 64.5, 64.2, 63.8, 63.6.. 16일 동안 고작 1.5kg가 빠졌다. 하룻밤사이 찔 수도 있는 숫자인데 2주 넘게 식단을 하고 운동을 했지만 저울의 숫자는 개미 눈물만큼씩 움직였다.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들른 후 물도 마시기 전에 체중계에 올라선다.
매일 아침 0.1g이라도 줄어들기 바라며 아주 조심스럽게 체중계를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휴대폰 어플에 몸무게를 기록했는데 어제와 같을 경우엔 비워두고 0.1g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그 숫자를 써넣었다.처음 한 달 이상은 운동과 식단을 꾸준히 했지만 더딘 변화가 조급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야 하니까..
환희를 느꼈다
지루하고도 지루한 노력 끝에 드디어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저울의 숫자가 59.7kg에서 멈췄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113일째 되는 날이었으며, 그 뒤로 132일째 되는 날 58.6kg까지 내려가 6.5kg 감량에 성공했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했다.분리수거함에 버릴까 망설였던 원피스를 다시 입어보니 예쁘게 맞았다. 허벅지가 꽉 끼고 답답해서 입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스니키진도 매끄럽게 입을 수 있었다. 보는 사람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 예뻐졌다. 등등 칭찬이들려왔다.
과거엔 식단조절과 가벼운 운동만으로 약 한 달 만에 8kg 정도 감량 성공의 경험이 있었으나 지금 내 몸은 과거의 몸이 아니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석 달이 지나도 몸무게 앞자리는 변함이 없었다. 61.6, 60.8, 60.5, 60.4, 60.8, 60.3, 60.6, 60.0, 60.4, 60.0.. 특히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는 61.6~60.0까지 1.6kg가 줄어드는 데 막판까지 수도 없이 엎치락뒤치락했다.
회사 식당에서 먹는 점심식사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단관리를 했다. 점심식사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밥의 양을 반으로 줄이는 정도로 했고, 아침에는 야채와 삶은 계란 또는 닭 가슴살로 만든 한 그릇 식사를 하고 저녁에도 가급적 단백질 중심의 식단으로 끼니를 챙겨 먹었음에도 비슷한 결과를 만드는 데까지 넉 달 이상 걸렸다.
그리고 절망했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132일 노력해서 6.5kg를 감량했는데.. 다시 4kg가 돌아왔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요요를 경험했다. 어떻게 노력해서 뺀 살인데.. 정말 절망적이었다. 살을 빼는 일도 과거와는 달리 정말 힘겨운 노력이었는데.. 이렇게 수포로 돌아가버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슬프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늘 49kg~52kg 사이로 20대부터 아이를 출산하기 전인 서른아홉 살까지 변함이 없었다. 마흔 살이 되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마흔 살에 임신 막달 몸무게가 63kg이었는데, 13kg 이상 늘어났던 몸무게가 3.4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음에도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부종이라고 했다. 한 달 정도 노력하니까 55kg까지 감량하는 데 성공했고 다행히 55kg 내외 비슷한 몸무게로 또 10년 이상 살아갔다.
다시 작심백일 시작
그러나 절망하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집안에 잘 보이는 곳에 목표를 써두고 다시 다이어트 재도전 작심 100일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8kg 감량을 목표로 세웠다. 새롭게 작심을 한 그날 저녁식사는 토마토, 블루베리, 참외를 먹었다. 그리고 작심은 널리 알려야 달성이 쉽다니 개인 SNS에도 다시 도전하는 다이어트의 목표를 소문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