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입사 한 달 전인 그날부터 '셀프 온보딩'이 시작되었다.나는 하드웨어를 조작하는 일에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에어컨이나 TV 리모컨조차버튼이 많은 게 싫다. 겁이 많아 운전면허를 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종종 운전을 왜 안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늘 대중교통 예찬론자가 되었으며, 덕분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모범시민 행세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내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알지 못하는 일을 시작해서 100일 넘게 무사히 출근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 전에 한 달 정도 쉬고 출근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업무용 노트북이 한 번도 써본 일 없는 MacBook Pro라니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아주 넉넉하게 필요했다.
한 달 동안 매일 어색한 자판과 단축키를 눌러보며 command, option, control 버튼에 익숙해지기 위해 꽤 노력했고 초등학생처럼 이것저것 궁금한 걸 찾아내고 학습해야 했다. 그나마다행인 것은 커뮤니케이션, 협상, 팀워크, 리더십, 뚜렷한 목표의식, 대인관계, 비전 등 '소프트 스킬'은 남부럽지 않은 강점을 지녔다.
'셀프 온보딩'이라도 좋아
'온보딩'은 영어로 '배에 탄다'는 뜻으로 처음 조직이라는 배에 타는 직원이 능숙한 선원(조직원)이 되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요즘은 경력직 온보딩도 조직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수년 전 대기업 계열사에 차장 직급으로 이직했을 때 오리엔테이션을 1개월 동안 받은 경험이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회사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게 되므로 조직에서 '온보딩'을 중요하게 여긴다.그렇지만 인사부서가 없는 조직으로 이직을 결정했다면 스스로 적응력을 함양하는 '셀프 온보딩'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은 조직은 '셀프 온보딩'이 당연한 환경일 수 있다. 다행히 잘 정리된 업무 히스토리와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팀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회사를 학습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 회사다. 누구나 회사에서 적응이 어려울 경우 동료들에 대한 거리감이나 심리적 고립감,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마음이 위축될 수도 있다. 변화된 환경으로 인한 피로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이 '셀프 온보딩'이다.
100일 동안 벌어진 일들
새로운 일터로 출근하고 지난 100일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리 팀은 9시~11시 사이 아무 때나 출근을 해도 좋고, 출근시간부터 8시간동안 근무한다. 무조건 잘 해내는 팀을 지향한다. 열심히만 하는 것 말고 정말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서로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기본이다.
2월 1일 첫 출근 후 100일이 조금 넘은 시점에 고객 수가 5천 명 이상 늘어났다. 현재는 입사시점의 2.3배 이상 증가했고, 월 매출 기준 4.5배 이상 성장했다. 회사 이름이 선명하게 들어가고 서비스가 세밀하게 소개된 다양한 '언론보도'가 늘어났다. 깨알 자랑 같지만 회사를 알릴 수 있는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백일 즈음에 본업인 B2B의 성과로 첫 번째 법인고객이 생겼다. 거래 개시를 위한 업체 등록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지난 100일 동안 내가 추진한 업무 중에 제대로 된 첫 번째 결과를 만들었다.
원팀으로 일한다는 것
우리 팀은 한 사람이라도 삐끗하면 안 되는 필수 인력이 일을 하고 있다. 말 수가 극적으로 적은 극 I형의 개발자와 UX디자이너가 있다. 믿기 어려운 얘길 테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회사에 가고 싶다. 경기도민이라 출근시간이 편도 2시간이고, 구내식당 밥이 썩 맛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오늘 가장 젊은 순간을 특별하게, 노는 법"의 성장을 함께 만드는 멤버들이 참 좋다. 우리는 모두가한결같은 마음으로 일 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의 첫 번째 목표는 '회사의 성공'이다. 성공하는 회사에서 함께 업을 일으킨 경험이야말로 회사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고 믿는다. 좋은 동료, 빛나는 이력, 더 높은 업무 경험과 같은 것들도 모두 성장하여 성공한 회사일 때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각자가 맡은 일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하에 일을 '나누어' 맡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사람의 일을 돕고 손을 들어 의견을 이야기하자. 반대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눈치 보지 않고 요청해도 괜찮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여있으니까. 이런 생동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