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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Nov 18. 2022

우리는 왜, 쉴 때도 눈치를 볼까?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30.

전 세계의 문화를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쉬는 것에 관대하지 못한 듯하다. 정작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게 구는 경향도 있다. 뼛속까지 부지런한 대한민국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한 바쁜 것이 열심히 사는 것과 같은 뜻인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온다. 그럴 땐 잠시 멈춰서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때 국회 속기사를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국회방송을 보며 회의록을 작성하고 오피니언을 따라 적기도 하며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자격증은 얻었지만 건강을 잃어 병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엉덩이를 붙이고 속기용 키보드만 두드리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가서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서 웃긴 건, 이 시험을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는 것이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연습만 하다 보니 정작 시험 접수일을 놓칠 뻔했다. 다행히 시험 접수 마감일에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때 난 깨달았다. 매일 목적의식을 떠올리지 않고, 관성에 의해 열심히만 사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결국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자격증 취득 후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을 해보긴 했지만, 평생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럴 거면서 난 무엇을 위해 노력했던 걸까? 정답은 안정이었다. 안정만을 위한 직업을 고르려다 보니 행복은 뒷전이었고, 내 상태를 돌보는 일에도 소홀했었다.


그때 난 잠시라도 쉬어가야 했지만, 쉬지 않고 곧바로 또 다른 일에 불나방처럼 뛰어들고야 말았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 잠시 쉬면서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님의 기대로, 또한 스스로에 대한 기대로 인해 잠시라도 쉬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이유든 간에 잠깐의 공백도 허락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그저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는 말로 위로했던 것 같다.


이것도 습관이 되는 것인지,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쉴 때 눈치를 보게 된다. 연차라는 제도로 한 달에 한 번 쉬는 것도 누군가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것이 서글펐다. 법의 테두리 안에 정당히 누려야 할 나의 권리인 것을, 남의 눈치를 보며 동의를 구하고 허락을 맡는다는 게...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회사 안에서 계속 머물려면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규율을 따라야 하는 것을. 이런 불합리함을 느끼는 것이 나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위로하곤 했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 쉼표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나를 흐르는 물속에 방치하는 것과 같다. 어디로 휩쓸려 가는지도 모른 채.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휴식기가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휴식기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풀어보려 한다.) 아니 이미 전환점에 있다. 다행히 하고 싶은 일들도 찾았고, 아직 목표한 때가 오진 않았지만 꾸준히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쉬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나온다고 한다. 물론 이 말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가라는 건 너무 가혹하며, 각자의 방식을 배려하지 않은 잔인한 말이다. 어떤 이는 그런 방식의 삶이 맞을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겐 잠시 동안의 휴식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추진력을 더해줄 것이다.


길을 잃은 미아라도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지, 아니면 그 자리에 멈춰서 포기해 버릴지에 대한 결정은 본인의 선택이다. 나는 비교적 과정 지향적인 사람이라,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과정에 진심과 성실함이 담겨있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고 믿는다. 남들보다 목표치가 높을수록 목표를 달성하는 기간이 길어지겠지만 과정을 즐기는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 갈길을 가며 목표를 상기시키고,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감사하는 삶. 그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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