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비용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어느 스타트업의 대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채용과 직원 이탈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좋은 인재를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월 지나면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채용과 교육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모두 낭비되는 기분입니다.”
이 문제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많은 조직이 반복되는 인력 이탈, 조직 개편, 의사결정 번복, 내부 소통의 혼선 등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매몰비용(Sunk Cost)이다.
매몰비용은 한 번 발생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한다. HR 관점에서 보자면 부적합한 채용, 높은 퇴사율로 인한 재채용 비용, 잦은 조직 개편으로 인한 비효율성, 번복되는 의사결정으로 인한 혼란 등이 있다.
반면, 학습비용은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할 때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조직은 더 강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비용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조직이 불필요한 매몰비용을 학습비용으로 착각하면,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지속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하면 성장 과정에서 불필요한 매몰비용을 줄이고, 필수적인 학습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조직은 다시 채용 공고를 내고, 면접을 진행하고, 신입 직원을 교육하는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한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채용 공고비, 면접 과정에 소요되는 인사팀과 현업 담당자의 시간, 온보딩 교육 비용, 업무 공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 증가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된다.
이러한 인력 이탈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를 넘어 조직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환경에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도 저하된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떠나는 동료를 보며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고,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많은 조직이 인재 채용에서 구조화된 평가 없이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면접관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고, 조직 문화 적합성보다는 즉각적인 업무 수행 가능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신입 직원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이탈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또한, 많은 기업의 온보딩 과정이 단순한 회사 소개와 서류 작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입 직원이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직무역량 개발과 멘토링이 포함된 온보딩 과정이 필수적이다. 온보딩이 부실할 경우, 신입 직원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조직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기업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집중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라도 조직의 업무 방식,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조직에 정착하지 못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 문화적합성(Cultural Fit)을 평가하는 면접을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inkedIn(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88%가 조직문화 적합성을 채용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67%의 기업이 문화적합성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적합성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채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단순히 스펙이 뛰어나거나 다재다능한 인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과 업무 환경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기업의 성과 저하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의 경력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변화는 조직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변화는 오히려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고, 혼란을 초래한다.
특히, 경영진이나 리더가 전략적 방향을 자주 변경하면, 직원들은 혼란을 느끼고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방향이 변경되거나, 리더십이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이 번복될수록 직원들은 조직의 비전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특히, 소통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변화가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한다. 리더십이 변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인 발표만 한다면, 직원들은 변화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저항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불필요한 매몰비용을 계속해서 부담하는 것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필요 인재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고, 조직이 원하는 역량과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장기적인 인재 유지와 성과 향상의 핵심이다.
결국, 조직은 불필요한 매몰비용을 줄이고, 필수적인 학습비용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