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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is Learned, Not Impose

조직 문화는 창업자가 만들지만, 구성원이 완성한다

by Nickneim

영화 기생충의 감독이자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료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적 디테일과 구성에 있어서 집착적인 면모로 유명합니다. 그의 영화는 치밀한 연출과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의 연출 방식이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최근 개봉을 앞둔 미키 17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영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배우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직접 설명하지만, 어느 정도 단계 이후부터는 배우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해석을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초반에는 감독이 방향을 제시하지만, 이후에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경험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조직 문화가 형성되는 방식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조직 문화는 창업자나 경영자의 철학과 가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운영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직접 경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처음에는 창업자가 명확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구성원들이 문화를 스스로 해석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직 문화가 진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1. 조직 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많은 기업이 조직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핵심 가치나 미션을 명문화합니다. 하지만 조직 문화는 단순히 선언한다고 형성되지 않습니다.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재화되고,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됩니다.


① 조직 문화는 ‘체험적 학습’의 결과이다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이 실제로 겪는 경험을 통해 형성됩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콜브(David Kolb)의 경험 학습 이론(Experient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직접 경험하고 이를 반추하는 과정을 거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한다고 합니다(Kolb, 2015).


예를 들어, 회사가 “우리는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 그에 대한 피드백이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마라”라면, 직원은 무엇을 학습할까요? 문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조직 문화를 학습하게 됩니다.


반면, 실패가 발생했을 때 이를 팀이 함께 분석하고, 배운 점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실패는 학습의 일부”라는 조직의 가치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② 창업자는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은 문화를 완성한다

조직 문화의 초석은 창업자나 경영자에 의해 놓여집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조직의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문화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직접 경험하고, 실행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정착됩니다.


이 과정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작 방식과 유사합니다. 봉 감독은 초반에는 배우들에게 캐릭터의 세부적인 설정을 설명하고 디테일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배우들에게 해석의 자유를 주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함께 완성해 나갑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업자는 초기에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이 문화를 스스로 경험하고 체득하며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조직 문화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비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그 문화를 이해하고 학습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2. 조직 문화는 집단이 함께 만든다

조직 문화는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이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됩니다.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공식적인 문화 교육보다도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교류 속에서 조직의 문화를 배웁니다.


① 조직 문화는 ‘사회적 학습’의 결과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사회적 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합니다(Bandura, 1977).

예를 들어, 어떤 조직에서 팀장이 회의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인다면, 팀원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따라 하게 됩니다. 반면,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구성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는 문화를 학습하게 됩니다.


② 조직 문화는 ‘Peer Pressure’에 의해 강화된다

문화는 조직의 공식적인 규칙보다 비공식적인 기대치(Informal Norms)를 통해 더 강하게 유지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공식적인 규칙보다 동료의 기대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Chatman & O’Reilly, 2016).


즉, 조직이 “우리는 고객 중심 조직이다”라고 선언해도, 실제로 동료들이 고객보다 내부 프로세스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새로운 직원들도 이에 동조하게 됩니다.


따라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 내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문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조직 문화는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발전해야 한다

조직 문화는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문화 철학을 정립한 패티 맥코드는 “조직 문화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업 환경과 조직의 성장에 맞게 끊임없이 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McCord, 2019).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조직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되는 살아있는 시스템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배우들에게 가이드를 주되, 그들이 캐릭터를 해석하는 과정을 존중하는 것처럼, 조직도 구성원들이 문화에 적응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론: 조직 문화는 창업자의 철학에서 시작되지만, 구성원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조직 문화는 창업자의 비전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내재화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결국, 조직 문화는 단순한 슬로건이나 선언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매일 경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창업자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문화를 진정으로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구성원들의 몫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초반에는 캐릭터의 방향을 설정하지만, 이후 배우들이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존중하듯, 조직 문화도 처음에는 창업자가 만들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구성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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