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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engagement

스타트업의 인재들은 언제 떠날 결심을 하게 될까?

by Nickneim

Disengagement : 조직 심리학에서 몰입을 잃는 순간을 뜻하는 용어




한 스타트업에서 2년 동안 핵심 역할을 맡아온 개발자가 어느날 갑자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사직 의사에 경영진과 소속 리더는 당황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미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고, 중요한 프로젝트도 주도하고 있었다.


대표는 퇴사 면담에서 이유를 물었다.

“왜 갑자기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 거죠?”


개발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고민했어요. 회사의 비전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고, 앞으로 제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종종 인재가 갑자기 떠난다고 느낀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퇴사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떠날 결심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는 실망과 불확실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스타트업의 인재들은 언제 떠날 결심을 하게 될까? 그들이 느끼는 문제는 무엇이며, 경영자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 스타트업의 인재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 비전의 부재 혹은 불명확함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비전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창업자가 “우리 회사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퇴사하는 직원들은 흔히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든다.

• “회사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서,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처음에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목표가 자꾸 바뀌는 것 같아요.”

• “우리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알겠는데,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건지가 불명확해요.”


이러한 문제는 직원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결국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찾아 회사를 떠나도록 만든다.


비전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모호할 때

많은 스타트업이 “업계를 선도하는 AI 기업이 될 것이다.”,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같은 문구를 비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이러한 비전이 “그래서 우리는 정확히 뭘 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을 남긴다.


비전이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이 회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자신의 커리어 경로를 그릴 수 없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게 된다.


비전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과 연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AI 기반의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 될 것이다”라는 비전은 직원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대신 “우리는 3년 내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B2B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다”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비전 실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비전은 또한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직원들이 “나는 이 회사에서 2년 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회사의 비전과 연결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직원들이 자신의 성장과 회사의 방향이 맞물리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들은 곧 이곳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2. 비전이 자주 바뀔 때 직원들은 불안을 느낀다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비전 자체가 자주 바뀌면 직원들은 조직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2022)의 연구에 따르면, 조직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은 기업의 직원 이직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배 이상 높다.


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1년 동안 “B2C SaaS 플랫폼”에서 “B2B 데이터 솔루션”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 후 다시 “AI 기반 광고 기술”로 전환했다. 직원들은 점점 회의감을 느꼈다. “우리는 대체 뭘 하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이 조직 내에 퍼지면서, 핵심 인재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비전이 바뀌어야 하는 경우라도, 변화의 이유를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경영진이 전략적인 이유로 방향을 수정하더라도,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논리가 필요하다. 또한, 변화가 있더라도 핵심적인 비전과 방향성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다”라는 큰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전략을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비전이 바뀔 때마다 직원들에게 왜 이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이 어떻게 설정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과정 없이 단순히 “이제부터 이 방향으로 간다”고 선언하면, 직원들은 조직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장기적으로 회사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3. 비전이 직원들의 업무와 연결되지 않을 때 동기부여가 사라진다

비전이 존재하더라도,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우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지만, 마케팅 팀이나 운영팀 직원들은 “우리 일과 어떤 관련이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직 문화 전문가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직원들이 비전을 조직의 방향성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연결할 수 있어야 조직 문화가 강해진다.”고 강조한다. 즉, 비전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업무와 연결될 때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비전이 직원들의 일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서별, 직무별 목표를 비전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가진 회사라면 개발팀은 “AI 모델 개발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이끈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 반면, 마케팅팀은 “AI 기반 고객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광고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식으로 비전을 해석해야 한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비전 실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미팅에서 단순한 업무 보고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떻게 비전과 연결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직원들이 이를 직접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비전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직원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인재들이 떠나는 순간은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조직의 미래를 신뢰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자신의 성장이 보이지 않을 때 떠날 결심을 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그 미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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