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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02. 2021

초록색 네모집




일 년에 몇 번이나 제주를 가곤 했다.

제주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 준비를 하며 슬슬 고도가 낮아지며 구름보다 아래로 비행기가 내려오면 우리 집을 찾아본다. 

비행기 창을 내다보며 "아 저기는 우리 집 근처 상가다."  

동네 입구의 핸드폰 가게 간판이 화려하게 빛난다. 

"그럼 저기 다음다음 골목쯤이 우리 집이겠다."

비행기는 늘 집을 찾기 전에 순식간에 활주로에 내려앉아버린다.


서울에서도 변두리인 동네, 옛날 사대문 안의 기준으로 치자면 한성에서 한참 벗어난 동네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도 아니고 하늘에서 보면 초록색 방수페인트가 네모나게 잔뜩 칠해져 있는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동네의 어떤 집 201호. 그게 우리의 첫 신혼집이었다.  

70년대에 튼튼하게 지어져 층간소음이라고는 없고, 난방을 틀면 바닥이 후끈후끈해서 놀러 오는 친구들마다 찜질방 같다며 좋아했던 빨간 벽돌집.


시내 중심가도 아니고 인터넷에 찾아봐도 변변한 맛집 정보도 별 거 없던 서울의 끝.

하늘에 점점이 비행기가 뜨는 그 동네를 좋아했다. 

조금은 가난의 냄새가 풍기는 동네. 처음으로 내 공간을 내주었던 동네, 파란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면 지금도 그 장면이 떠오른다. 어쩌면 처음이 주는 설렘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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