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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11. 2021

지구에 친절한 사람

나의 탄소발자국에 대하여...




어떤 날의 노을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을 해서 출근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시간에 대한 투자다. 편의를 위해 운전을 하지만 운전을 함으로 인해 잃게 되는 기회도 많다. 일단 오늘은 길이 많이 막혔고, 아마 대중교통이었으면 쓰지 않았을 시간을 도로 위에서 썼다. 아니 사실 아쉬움이 남는 건 오늘뿐이 아니다.


예컨대 어제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는데 운전 중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노을은 멋지지만 미세먼지가 뽀얀 하늘이다. 나는 그래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혼자 차를 타고 출근하여 걸음걸음 새기게 된 탄소발자국에 관해서 말이다.


어쩌면 나는 오늘도 이렇게 별 수 없이 탄소 중립에서 멀어져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회사 근처의 비싼 부동산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없이  시간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 대중교통으로 환승을 하며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체력적인 소모를 가져오기 때문에 시간의 효율을 위해 자동차를 운전해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혼자 운전을 한다. 시간이 어서 어쩔  없었다는  생각이 가끔 나에게 죄책감을 불러온다.

어쩌다 퇴근할 무렵 시간이 맞으면 동료들을 자연스럽게 역에 태워다 준다거나 했지만 혼자 운전을 하며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에 대한 나의 작은 죄책감을 동료들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고맙지만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한다. 그래서 자주는 할 수가 없다.


카풀에 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사회적인 여건상 당분간은 그것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나 개인의 의지도 아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어느 때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 모드로 전환되어 도로 위 차들이 많이 줄었었다. 길이 막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뉴스에서 하늘이 맑아졌다고 했었다. 결국 그럴 때 나는 내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에 관해 조금의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날씨와 햇살을 누구보다 탐닉하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 있는 회사와 서울의 끝에 있는 우리 집은 거리가 멀다. 서울보다 비싼 회사 근처 집값은 경기도이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다. 나는 비싼 부동산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먼 좀 더 저렴한 동네에 살고 있고, 그래서 오늘도 탄소발자국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과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자가 아니라서?


환경을 생각하는 비용에 관한 것이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어느 동네에는 환경에 관련한 많은 샵이나 마켓 혹은 시스템이 생겼다. 어느샌가 친환경이 트렌디한 문화가 된 것이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동네에 살지 않고, 시간도 없기 때문에 그곳에 생긴 환경 친화적인 시스템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혹은 내가 차를 운전해서 그 동네들에 있는 예를 들어 리필 샵 같은 시설을 이용하러 가면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게 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나의 활동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물론 심리적으로 죄책감은 조금 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죄책감을 덜기 위해 무의미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환경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좀 더 다양한 지역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이동했다. 예전에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생각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자기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접근법인 것이다.


나는 환경에 대한 다양한 용품들을 사서 사용해보았다. 에코백이라고 이름 붙은 천가방이 그랬고, 일회용 빨대를 대신한 다양한 다회용 빨대, 천연 수세미, 세제를 대신하는 소프넛 등이 그런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활동은 대부분 번거로움을 수반한다. 나는 때로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했었다.


환경과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국 여유있는 시간, 그리고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하면 뭐..핑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서울시에서 '에너지 나눔하우스' 자석 팻말을 보내주었다. 서울시에는 연간 전력사용량을 측정해 전력사용량이 줄어드는 가정에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부여된 마일리지를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에코마일리지시스템이 있다. 작년에는 그 마일리지를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교환했었는데, 올해는 취약계층 전력사용 목적으로 마일리지 기부를 선택했더니 기부 영수증발행과 함께 인증서 같은 것을 보내준 것이다.





나는 오늘도 어쩔수 없다는 핑계로 탄소발자국을 꿍꿍 찍었지만, 언젠가 내가 지구에 무해한 날도 있을거라고 미세먼지 가득한 봄 날의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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