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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24. 2021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게 무서워


나는 인물 사진 찍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앉은 피사체의 생각이 ', 어서 나를 찍어봐. 어디 얼마나  찍나 보자.' 하는  같아서.

상대방이 오로지 나를 평가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무서웠던 것 같다.

카메라 뒤의 사람이 가진 기대감이 나를 짓눌렀다. 단 한 줌의 기대감이었어도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인물을 찍을 때는 보통 상대방이 나를 보지 않고 무언가 하고 있을 때 찍곤 했었다. 이게 자연스러운 사진이야!라고 변명 같은 걸 하면서.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인물사진을 찍는 걸 업으로 삼은 적이 있었다.

나름의 팬도 있었고, 혹은 만족을 느끼지 못한 고객도 있었을 거다.

그때에는 결과물에 값이 매겨져 있었다. n장에 얼마.

오히려 값이 매겨지지 않아서 그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지인들이 부탁한 사진을 찍을 때에 더욱 어려워지곤 하는 인물사진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몰래 찍듯 찍은 그 사진들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카메라 뒤에 숨어서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아마도 핑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칠 때 부탁을 한 당사자의 실망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값이 매겨진 사진은 얼마 수준에서 찍어주면 된다는 비교군이 있어서인지 심리적 압박이 덜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진실은 상대방이 내 사진에 대단한 기대감 같은걸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평소에 덕담삼아 해주던 작은 칭찬 부스러기가 나한테는 대형 빵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칭찬에도 목말랐던 과거의 내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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