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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12. 2021

글쓰기의 어려움




어떤 날은 첫 번째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라고 적고 보니 사실은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주위 사람들의 개별적인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힘겹습니다.
그런 때는 '역시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라고 심플하게 모른 척합니다.


완전히 공감하는 말이다. 글을 쓸 때는 분명히 스스로 이정도면 좋다고 생각하며 썼는데 이게 발행이 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가 되는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반응에 신경을 쓰고 조바심이 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누군가가 라이킷해주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발행은 했지만 일단은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어서 내가  글을 다시 읽어본다. 글이란  발행하기 전에 퇴고하는 것이 을텐데 나는 전문 글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오타와 맞춤법 정도를 검수하는  뿐이라서 발행  다시 읽어보고 중복되는 단어나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면, 얼른 수정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글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읽게 되기 때문에 이런 걱정조차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스스로 즐거운 글쓰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곤 한다.

얼마 , 브런치와 다음 메인의 어딘가 구석에  글이 걸렸다. 혼자 조용히 쓰고싶은 글을 쓰는 곳이기 때문에 나를 아는 누군가가 볼까봐 전전긍긍했지만 전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글이라는 것은 역시 이정도 파급력밖엔 없는 것이다.

'역시,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인 것이다.(슬픔..)



하루키님은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창작이나 창의의 영역이라기보다 체력을 기반으로 하는 꾸준함의 결과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에도 작업실에 앉아일정한 시간동안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고 했다.

체력에 관한 그 말에도 몹시도 공감이 된다. 왜냐하면 실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단어 하나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쓰고 나서 부끄러워질 글마저도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날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꾸준함에 관해서는 반성을 하게된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전거로 하는 것보다 느린 저속의 기어로 이루어지는 작업입니다. 꺼내도 꺼내도 안에서 좀 더 작은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같은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창고'가 필요합니다. E.T가 훌쩍 찾아와 "미안하지만 너의 창고 속 물건 몇 가지를 쓰게 해 주겠니?"라고 말했을 때, "좋아. 뭐든 마음대로 써."라고 덜컹 문을 열어 보여줄 만한 '잡동사니'의 재고를 상비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소재가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간만 시점을 바꾸면, 발상을 전환하면, 소재는 당신 주위에 그야말로 얼마든지 굴러다닌 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것은 당신의 눈길을 받고 당신의 손에 잡혀 이용되기를 기다립니다.


소설을 쓰면서 내가 가장 즐겁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무라마키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사실 내가 뭐라고 감히 그런 대가의 마음에 공감까지 하나 싶어 굉장히 죄송하고 황송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게 아니라 그만큼 글쓰기가 어려운 영역이라는 말이다. 아니, 글을 쓰는 행위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쓴다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괜찮을 글을 쓰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런 여러가지 부분들은 글쓰기 뿐 아니라 업무에도 똑같이 치환이 가능한게 요즘 같이 체력이 번 아웃된 상태에서는 아이디어가 한 톨도 나오지 않는 것이 바로 그렇다.


아무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체력이 많이 방전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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