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함께한 것들의 목록

by 심지연

본문에 등장한 영화와 음악, 책 목록을 소개하고 한 편의 글로 묶이지 못한 짧은 메모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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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그냥 들어가기 아쉬운 저녁, 우에노 공원을 걸었다. 밤은 꽤 어둡지만 소담한 분위기. 작년 가을에 다녀온 춘천의 공지천 생각이 난다. 늦여름의 활기찬 밤 공원을 나의 유년 시절을 아는 사람과 나란히 걷고 싶다. 혼자 걷는 밤 공원은 외로운 기분이 든다. 공원을 빠져나와 숙소 앞 호프집에 도착한다. 형광등과 대형 티비, 손님은 중년 커플과 나뿐이다.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커플을 피해 구석 자리를 택한다. 주문한 어묵과 만두가 부드럽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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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엔 책을 팔고, 2층은 좌석 공간. 한 편엔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숍. 내가 도착했을 때 마침 도자기 수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실내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한다. 작은 종이컵에 가죽 손잡이가 달린 홀더가 인상적이다. 대충 종이컵에다 내려주는 커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귀여운 홀더가 달린 컵이라니. 여행에서 마시는 첫 커피이니 더 새로운 기분이다. 컵 안에 들어있는 얼음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꼭 마트에서 파는 돌얼음 같다. 여행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발견할 때 특히 쾌감을 느낀다. 컵 모양 하나로 우에노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다. 집중해 일기를 쓰고 나니 어느새 도자기 수업은 종료된 듯 2층 한 편이 고요해졌다. 스피커에선 영화 <퍼펙트데이즈>에 등장해 더 귀에 익은 루 리드의 Perfect Day가 흘러나온다. 여행 시작부터 예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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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를 나와 신주쿠 피트인이라는 재즈 바를 향해 걸었다. 조금 헤매다 도착한 문은 굳게 닫혀있다. 문 앞엔 휴가 안내가 되어있다. 조금 헛수고를 했지만 여행 첫날이니 피곤함도, 아쉬움도 크게 없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더 괜찮다. 동행자가 있었다면 이런 헛수고도 유연하게 허용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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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며 바라본 정오의 하늘은 맑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 천장에 달린 아날로그식 시계를 발견했다. 형광 연두색, 내 옷차림과 비슷해 마음에 든다. 도쿄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제법 익숙해진 지하철에 탑승한다. 높이가 낮은 좌석이 더 푹신하고 편하게 느껴진다. 키가 작은 내겐 안성맞춤이다. 지하철이 신주쿠로 향하는 동안 여러 차례 폭우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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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가는 모퉁이에 위치해 더 낭만적인 킷사텐, 타지마야 커피. 시부야의 차테이하토우를 연상케 하는 우아하고 개성 있는 찻잔들, 구경할 맛이 난다. 나는 아이스커피와 애플 타르트를 주문한다. 카운터 석 엔 젊은 서양인 커플, 한국인 할아버지 두 분, 바로 옆자리엔 오래된 카메라를 메고 연달아 담배를 태우는 할머니 한 분. 열두 시가 되자 종소리가 울린다. 도시 문화는 아닐 테고, 다른 시간에도 울리는지 궁금해진다. 공항에서 산 <허송세월>을 조금 읽다 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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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에서는 어딜 가던 삼사십 분이면 도착한다. 긴자역에서 내려 도쿄역까지 쭉 걸었다. 붉은 벽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역은 서울역과 비슷하다. 역이 워낙 커 가로지르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저녁에 예약해 둔 재즈 공연에 가기 전 다이마루 백화점 8층에 위치한 킷사텐을 찾아간다. 붉은 커튼과 중년의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이노다 커피(Inoda coffee). 앙증맞은 물컵엔 앙증맞은 로고가 새겨져 있다. 창을 바라보게 만든 테이블은 곡선 모양이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점이 아쉬웠지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나누는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건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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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 혼자 와 낯선 언어로 부르고 연주하는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기쁘다. 오늘의 코튼클럽 연주 밴드는 마사 카토 (Martha kato)라고 한다. 뜬 든든- 뜬 든든- 듣기 좋은 허밍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드러머와 가까운 자리에 배정받아 더욱 성실히 관람한 드럼 연주, 결국 공연을 마칠 때쯤 드럼을 사랑하게 되었다. 연주가 과열될 때의 쫀득함이 좋다. 재즈를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재즈를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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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지나가는 일본 여학생 책가방 생김새가 특이하다. 원래는 한 손으로 드는 토트백 같은데, 비도 오고 무거워 백팩처럼 매는 것 같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블루 자이언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기쿠로지의 여름

여인의 향기


˚。˚음악。 ˚。

조니 내쉬 <I Can See Clearly Now>

토이 <좋은 사람>

JS <종로에서>

검정치마 <love is all>

루 리드 <perfect day>

케이윌 <lay back>

Gerry Mulligan <blueport>

히사이시조 <summer>

마사 카토 <sol>, <Ishonsho Abe>


˚。˚책。 ˚。

이제니 <새벽과 음악>

비비언 고닉 <사나운 애착>

이승우 <욕조가 놓인 방>

릴케 <어느 시인의 고백>

무라카미하루키 <상실의 시대>

한정원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프랑수아즈 사강 <한 달 후, 일 년 후>

이유운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

안리타 <마음이 부는 곳>

무라카미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김훈 <허송세월>

에쿠니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심승현 <파페포포 메모리즈>

기리노 나쓰오 <아임 소리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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