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 2-2
페달을 밟는 다리에 바람이 스쳤다.
제주의 해안도로, 바다는 옆에서 조용히 흘렀고
그 위로 햇살이 바람처럼 깃들고 있었다.
물결은 규칙 없이 흔들렸고,
그 흔들림을 따라
내 생각도 어딘가로 흘러갔다.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 순간들이었다.
자꾸만 머릿속을 건드렸다.
“왜 그녀는 나를 몇 번이나 돌아봤을까.”
그 질문은 여전히 대답을 가지지 못한 채,
문득문득 되살아났다.
⸻
그녀와는 이후로 몇 번 더 마주쳤다.
같은 수업. 같은 공간.
그리고, 같은 거리.
우리는 한 번도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눈은, 자주 마주쳤다.
그건 우연처럼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정확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고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녀가 먼저 봤고,
가끔은 내가 먼저 돌렸다.
어떤 날은 시선을 오래 맞췄고,
어떤 날은 피하듯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모든 날들에
어딘가 동일한 기류가 있었다.
그건 마음의 기척처럼 조용했고,
말보다 정확했다.
⸻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눈이 시렸다.
나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돌담 옆에 섰다.
바람은 계속 불었고,
바다는 여전히 아무 말 없었다.
다시 그녀와의 그날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여러 번 눈을 맞췄으면서도,
나는 왜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을까.
그런 날도 있었다.
모든 것이 조용히 다가가도록 허락한 날.
우연히 도서관 앞에서 마주쳤고,
그녀는 나를 보고
아주 잠깐 웃었다.
정확히는, 입꼬리를 약간 올렸다.
그때 말을 걸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니, 그 순간조차
나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보다
그저 그 조용한 순간이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침묵을 선택했고,
그녀는 그대로 걸어갔다.
⸻
지금 이 바다처럼,
그 감정은 너무 조용해서
당시의 나는 그것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도 몰랐다.
이름을 붙이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도 정확히 부를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내 안에서 오래 살아남은 어떤 파동이었다.
그녀가 나를 몇 번이나 돌아본 이유,
나는 아직도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호함은,
이상하게도 나를 아프게 하기보다는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힘처럼 남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더 오래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
다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고,
나는 한 번 고개를 돌려
바다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의 눈빛은
지금도 내 안에서
잊히지 않는 풍경처럼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