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차 출장을 가기 하루 전,
남편이 불쑥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편도만 1시간이 넘고 가서도 얼마 못 있을 텐데. 함께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말에 뭉클했다. 나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주 오랜만의 데이트였다.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왔던 출장인데,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같이 커피 사서 마실까?"
"와~ 하늘 좀 봐, 날씨 정말 좋다!"
아무런 이벤트 없이, 늦지 않기 위해 그저 달리기만 하는데도 미소가 지어졌다. 휴게소에 들러 그저 그런 맛의 에이드를 사서 마시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결혼한 지 벌써 10년, 우리가 연인이 된 때부터 생각해 보면 20년이 되어간다. 우스갯소리로 남편은 외모를 보고 만났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이에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아마 우리는 가끔 서로만의 사랑스러움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심각하게 싸운 적도 있고, 미워하고 원망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헤어짐을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편의 사랑이 늘 같은 색을 띠었기 때문이다.
항상 든든하기만을 바랐다. 나에게만큼은 언제나 따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도 사람이었다. 어떤 순간에는 너무도 약하고, 때로는 부족했다. 그게 어느 날은 많이 아쉽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 나 역시 약점이 많은 사람인데, 가끔은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컸으리라. 우리는 그저 보통 여자와 보통 남자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 일부분은 너무 약한 그 자체로 사랑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만큼은 왠지 가능할 것 같다.
박혜경의 <동화>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당신의 나라엔 어둠이 내려도
조금도 무섭지 않네요.
작은 별들 모두 이곳으로 와
우릴 밝혀 주죠.'
앞으로도 우리에게 평범한 미움이나 원망, 후회 같은 게 생길 수도 있다. 내일 당장 그렇게 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일로 우리에게 어둠 비슷한 게 닥친다고 해도, 서로를 밝혔던 그 순간만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착각이라고 해도 모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또 얼마 지나면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 서로에게 위로가 됐던 날들을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의 기록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레고 따뜻했던, 오늘의 우리를.